<시론>'거짓·음모' 없인 정권 유지 못하나

기자 2021. 1. 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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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이데올로기보다 강한 음모론

광우병·사드·원전 怪談 선동

거짓 드러나도 반성·사과 없어

조국·김어준·유시민이 주도

‘상대 악마화’ 柳 사과에도 여전

대선 앞두고 또 기승부릴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4년간 거짓이나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을 한 것이 모두 3만573건에 달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팩트 체크 시스템을 통해 집계했다. 임기 첫해에는 하루 평균 6건이었고, 대선이 있었던 마지막 해에는 39건으로 늘었다. 허위 주장을 일일이 검증한 언론도 대단하지만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도 강고한 지지층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무리 전문가가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설명해도 믿지 않을 정도로 거짓 음모론의 위력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음모론’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서강대 전상진 교수는 저서 ‘음모론의 시대’에서 ‘음모론은 종교나 이데올로기처럼 강력하다’고 했다. 권력자가 통치의 수단으로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하지만 이에 저항하는 음모론도 있다고 한다. 약자나 피지배자도 저항이나 항의의 수단으로 음모론을 활용하는데 본질적으론 똑같다. 가장 위험한 유형으로 중세에 횡행했던 ‘마녀 사냥꾼’ 유형인데, 종교재판관은 누군가를 마녀로 지목할 때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녀로 지목당한 사람이 자신이 마녀가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황당한 경우다.

조국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검찰이 지난 총선에서 여당의 총선 패배를 예상하고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깔았다’고 한 주장이 대표적이다. 김어준 씨가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을 폭로한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냄새가 난다”며 배후설을 주장하고, 사과는 했지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본 것을 확인했다”고 한 것이 ‘마녀 사냥꾼’ 유형이다. 검찰이나 이용수 할머니가 증명해야 하는데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들은 믿지 않는다. 음모론으로 돈도 벌고 금배지도 다는 등 소득이 짭짤하기 때문에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정치적으로 가장 잘 활용한 세력은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다. 야당일 때는 ‘저항적 음모론’으로, 여당일 때도 반대 세력을 향한 음모론으로 재미 좀 봤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온 나라가 미증유의 파동을 겪었다. MBC ‘PD수첩’은 인간 광우병에 걸린 여성의 죽음 등을 미국산 쇠고기와 연관해 방송했고,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괴담 촛불이 수개월 동안 광화문 광장을 흔들었다. 정권이 휘청일 정도로 강력했다. 이후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 먹고 뇌에 구멍이 생기고 광우병이 걸렸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박근혜 정부 때는 경북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자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성주로 몰려가 ‘전자파 튀김 참외’를 외쳤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성주 참외를 시들게 하고 무(無)정자증으로 불임이 온다는 허무맹랑한 얘기를 노래와 춤까지 추면서 떠들었다. 그런데 전자파 무해론이 밝혀지면서 지난해 성주 참외 생산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데도 반성하는 의원 한 명 없다.

동일본 대지진 때 문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했다”며 탈원전 정책의 핵심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는 많았으나 원전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최근엔 여당이 탈원전의 명분을 찾기 위해 한 지방 방송사가 보도한 ‘삼중수소’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멸치 1g에 포함된 양이라며 과학적으로 무지한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유시민 이사장은 최근 사과문을 통해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다’면서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했고 공직자인 검사의 말을 전적으로 불신했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사과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말 자체로 보면 백번 옳다. 그런데 말뿐이다. 문 정권이 집권 5년 차에도 국민 앞에 내놓고 자랑할 뚜렷한 성과가 하나도 없다 보니 야당과 검찰, 언론을 악마화해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는 여전하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문 정권은 그들의 특기인 음모론을 또 들고나올 태세다. 야당이 무능하고 팩트 체크할 능력이 없으니 여권이 막강한 스피커를 동원하면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제2의 ‘뇌송송 구멍탁’ ‘전자파 참외’와 같은 황당한 음모론에 또 속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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