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ㄱ의 순간' 한글의 과학성, 예술성에 매료되다

2021. 1. 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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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현대 미술로 재탄생했다. 전시 ‘ㄱ의 순간’은 문자 이전의 시기부터 한글 창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초월한 미적 상상력을 펼친다. 김환기, 박수근, 백남준, 남관, 이응로, 황창배 등 작고한 거장부터 김창열, 서도호, 이우환, 이건용, 최정화, 강익중, 전광영 등 현재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 47명의 신작, 희귀작을 통해 한글의 잉태와 탄생, 일상과 미래를 미술 언어로 제시한다.

▶Info

-장소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기간 ~2021년 2월28일

-티켓 성인 1만2000원, 초·중·고교생 8000원, 유치원생 5000원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이번 기획 전시에는 베네치아비엔날레 심사 위원장을 지낸 이용우 중국 상하이대 석좌 교수와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자문 위원,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감독을 지낸 이대형 큐레이터가 기획 위원으로 각각 참여했고, 국내 화랑들도 행사 취지에 공감하며 참여했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한글의 탄생과 일상을 현대 예술과 역사 유물의 대화로 보여 주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또 한글이 갖는 무한한 잠재력을 다시 보여 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생존 작가 38명, 작고한 작가 9명 등 총 47명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되며 특히 현대 미술 작가들의 회화, 영상, 설치, 서예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김환기는 뉴욕에서 활동할 때 돈이 없어 『뉴욕타임스』 신문지 위에 그림을 그렸다. 그때 남긴 ㄱㄴㄷㄹ 문양의 ‘무제’를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화가 박수근은 손주들을 위해 평강 온달 이야기를 책으로 남겼다. 현대 미술뿐 아니라 그간 접하기 힘들었던 미공개 유물과 희귀 그림 등이 국내외에서 이 전시를 위해 모였다. 신채호 선생이 쓴 친필 ‘새벽의 별’, 조선 시대 수양 대군이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한글로 옮긴 『석보상절』 3권, 일본에서 발견된 서화 역시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전시는 한글 창제에 담긴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ㄱㄴㅁㅅㅇ’의 다섯 섹션으로 구성된다. ‘ㄱ씨’는 한글의 잉태와 탄생 지점을 다룬다. 암각화와 청동 거울, 토기 등 고고 유물에 각인된 문양과 이를 재해석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어울리며 의미를 획득한다. 훈민정음은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문양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문양’에 인간의 말을 합한 것이 ‘문자’다. 인간의 발음 기관을 본뜬 자음과 천지자연의 모습을 상형화한 모음처럼 ‘문양’에서 ‘문자’로 한글이 탄생하는 과정을 현대 미술을 통해 목도할 수 있다. 소리를 시각화한 김호득, 백남준, 서용선, 태싯그룹 등의 작품이 천전리 암각화, 훈민정음 해례본 등의 유물과 함께 전시된다.

‘ㄴ몸’은 자음과 모음의 결합 구조, 즉 건축성을 다룬다. 한글의 초성 중성 종성의 결합으로 시각화되는 원리를 담은 현대 미술 작품들로 구성했다. 낱개의 소리 언어가 모여 하나의 몸체가 되듯 산스크리트어 불경 독송이 한글 자막으로 변화하는 서도호의 영상, 방탄소년단과 아미를 주제로 추상에서 점차 유기적 형태로 나아가며 한글의 확장성을 드러낸 강이연의 프로젝션 맵핑 등도 선보인다.

‘ㅁ삶’은 한글이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 주는 공간이다. 한글은 삶의 희로애락을 표출한다. 시서화의 전통에서 출발해 현대 미술 언어로 진화하면서 오늘날 삶의 빛과 어둠을 드러내는 한글의 속성을 소개한다. ‘ㅅ얼’은 일제 강점기와 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우리말과 글이 굳건했음을 보여 주는 공간이고, ‘ㅇ꿈’은 현대 미술의 가장 근원적 지향을 확인하는 공간이다.

우리말과 글, 소리와 그림의 원형은 바로 하늘, 땅, 사람이다. 암각화, 고대 토기, 청동 거울 등의 유물에 새겨진 문양을 재해석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실제 유물과 함께 전시된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예술의전당]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5호 (21.02.0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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