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건빵의 친구 간짜장

기자 2021. 1. 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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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은 반대말이 없다.

간짜장은 건빵의 친구다.

간짜장은 반대말이 있으니 '물짜장'이 그것이다.

따져 보면 건빵이 간짜장의 친구가 되듯이 물짜장이 짜장의 친구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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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은 반대말이 없다. 본래 적당한 습기를 머금어 촉촉해야 하는데 물기를 죄다 말린 건빵이 별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자라 해야 할 것을 굳이 빵이라고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건빵이 야전 식량으로 개발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빵은 밥의 대용이 될 수 있지만, 과자는 군것질거리일 뿐이다. 전투에 지친 군인들에게 평안할 때나 먹는 군것질거리를 먹일 수는 없으니 과자처럼 구운 것을 빵이라 우기는 것이다.

간짜장은 건빵의 친구다. 전혀 다른 음식이지만 이름으로 보면 그렇다. ‘건빵’의 ‘건’은 한자로 ‘乾(마를 건)’이라 쓴다. ‘간짜장’의 ‘간’은 ‘乾’의 중국식 발음일 뿐이다. 짜장면은 화교들이 개발한 것이다 보니 그 이름도 중국식 발음이다. 그 근원을 장을 볶는다는 ‘작장(炸醬)’에서 찾으니 우리식 발음으로는 ‘작장면’이 돼야 한다. 물론 건짜장도 ‘건작장’이 돼야 한다.

간짜장은 반대말이 있으니 ‘물짜장’이 그것이다. 춘장, 채소, 고기 등을 볶되 물이나 육수를 부어 조리한 것이 물짜장이다. 이와 달리 물기 없이 재료만 볶아내니 불맛도 더 나고 재료의 아삭한 맛도 살아 있다. 이런 차이를 모르면 짜장면은 소스가 면에 부어진 채 나오는 것, 간짜장은 소스가 따로 나오면서 좀 비싼 것 정도의 차이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둘 다 짜장이니 간짜장이 돈값을 한다고 느끼면 돈을 좀 더 지불하고 불맛과 아삭한 맛을 즐기면 된다.

이름의 유래만 따지면 이런데 현실에서의 물짜장은 조금 다르다. 전북 지역에서 개발돼 퍼지기 시작한 물짜장은 짜장면이 아니다. 춘장이 들어가지 않으니 검은색이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면에 해물 잡탕 소스를 듬뿍 얹은 듯한 음식이다. 춘장을 볶지 않으니 ‘짜장’을 쓰면 안 되겠지만, 은근슬쩍 짜장면에 묻어가고 있다. 따져 보면 건빵이 간짜장의 친구가 되듯이 물짜장이 짜장의 친구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음식은 그렇게 친구를 늘려 간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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