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리스 vs 北 김여정..북핵 '2인자 회담' 가능할까

김미경 2021. 1. 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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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멈춰 선 북한 비핵화 협상 시계
북미 관계개선 위해 고위급회담 필요
정성장 미국 윌슨센터 연구위원 제언
"실무협상 진전 어려워, 새 해법될 것"
전문가 일각에서 현실 가능성 의문 제기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미국 첫 여성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 vs ‘북한 권력 실세 2인자’ 김여정.

해리스와 김여정 2인자 회담 가능할까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멈춰선지 2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해리스와 김여정, 이 둘은 정말 만날 수 있을까. 엎어진 북미협상의 판을 다시 세우려면 해리스 미 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고위급 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핵무기는 북한 체제안정의 최후 보루인 만큼 실질적 성과를 얻기 위해선 정상 간 담판 방식의 톱다운과 실무 중심의 보텀업 접근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실효성에 대해선 ‘물음표’다. 대북 전문가 일부에서는 양국 2인자 간 만남이 새로운 방법론이 될 수는 있겠지만 현실화 가능성 측면에서는 의문을 던진다.

2인자 고위급 회담 추진해야 하는 8가지 이유

정성장 미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국익연구소가 발행하는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문을 내고 미국 정부의 공식적 2인자와 북한의 사실상 넘버2 간 북핵 담판이 필요한 이유를 조목조목 언급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11월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대선 승리 축하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성장 연구위원은 그 배경으로 최근 열린 북한의 제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핵증강 개발을 공식화한 것을 거론하며 북한의 핵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 매우 골치 아픈 문제로 부상할 가능성을 꼽았다.

정 연구위원은 ”지난 4년을 감안할 때 바이든 행정부가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권을 위임받을 수 있는 실질적 2인자 협상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2인자 회담 개최 근거로는 총 8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①북한의 대미 정책을 사실상 북한 내 권력 2인자인 백두혈통 김여정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카운터파트로 그에 걸맞는 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 위원은 “②트럼프 정부 시기 북미협상의 실패 경험은 바이든 행정부에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다”며 두 인물 간 협상이 그동안 언급됐던 톱다운과 보텀업 접근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당 부부장(사진=연합뉴스).
③현재 북한 지도부 외무성 관료들의 낮은 위상을 고려할 때 미 국무부가 외무성을 상대로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만큼 김정은과 언제든지 직접 대화가 가능한 김여정이 협상 테이블에 등판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외교 정책을 대변했던 최선희 제1부부장이 후보위원으로 강등된 점도 예로 들었다.

이어 ④해리스가 미국 대북정책을 총괄하게 된다면 정권 전환기에 생기는 정책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⑤핵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가 가능할 뿐 아니라 미 행정부 내 다양한 입장 조율이 용이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⑥바이든 정부 내 북핵 문제가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⑦북한도 해리스가 총괄할 경우 북한과의 협상을 중시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⑧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이라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두 사람이 만나 북핵 능력 감축과 국제사회 상응조치에 대해 협상을 진행해 미리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다면 노딜 가능성이 없는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트럼프와는 달라…카운터파트 현실성 떨어져

해리스는 미국의 첫 여성, 첫 유색인종 부통령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점쳐진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임기가 끝나는 2024년, 82세의 고령인 만큼 단임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리스가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큰 부통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부부장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존재감을 키워 왔다. 북한 최고위층 가운데 우리 정부 인사들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도 꼽혀 왔다. 지난 2014년부터 전면에 본격 등장한 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세 차례 정상회담(2018년 4월27일, 5월26일, 9월18~20일)에 빠짐없이 배석하는 등 김 위원장의 ‘최측근’ ‘대변인’ 구실을 해왔다.

위상이 급부상한 건 지난해 4월 김정은 위원장의 ‘사망설’이 불거지면서다.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복귀한 뒤에도 그의 옆을 밀착 수행하면서, 오빠인 김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넘어 실질적 권력 ‘2인자’로서 당내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두 인물이 북핵 문제를 위해 직접 협상에 나서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현재 북핵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을 봤을 때 현실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다른 외교통도 “김 부부장이 실질적인 2인자라고는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을 카운터파트로 삼는 것은 외교적으로 맞지 않다. 바이든 정부의 접근법과도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정상외교를 ‘실패’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바이든은 외교 전문통으로 동맹과 자유주의를 중시한다”며 “트럼프처럼 북핵 협상을 정치적 이벤트나 쇼로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북핵 협상 경험 부족도 북한 문제에 나설 가능성을 제로로 보는 하나의 이유다. 또 다른 대북 전문가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양국 2인자 간 만남이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의문이 있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실무진 간 조율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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