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조선을 놀라게 한 '괴물 이야기'.. 그안에 담긴 시대상

나윤석 기자 입력 2021. 1. 29. 10:20 수정 2021. 1. 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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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과학 논픽션 작가인 곽재식이 쓴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과 '열하일기' '성호사설' 등 각종 사료에서 발굴한 스무 개의 괴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선 팔도 어디에 어떤 괴물이 살았는지 보여주는 '조선 괴물 지도'는 읽는 맛을 더한다.

저자는 "괴물의 이야기는 시대와 사람의 이야기다. 그래서 괴물은 끊임없이 목격되고 기록된, 조선의 또 다른 풍경"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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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날씨를 예보해준 ‘삼구일두귀(三口一頭鬼)’, 바다를 피로 물들인 ‘천구성(天狗星)’, 정현왕후를 두려움에 떨게 한 ‘수괴(獸怪)’….

소설가이자 과학 논픽션 작가인 곽재식이 쓴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과 ‘열하일기’ ‘성호사설’ 등 각종 사료에서 발굴한 스무 개의 괴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성의 마음을 뒤흔들기도 했고, 궁궐을 뒤집어놓기도 했던 괴물을 통해 조선의 생활상과 시대상을 엿본다.

‘성종실록’의 한 대목은 조선 전기 전라도에서 돌았던 ‘삼구일두귀’에 대한 소문을 전한다. 입은 셋이고 머리는 하나인 이 괴물은 어느 날 하늘에서 내려와 부잣집에서 밥을 한 동이나 얻어먹은 뒤 기이한 외형에 어울리지 않게 ‘일기예보’를 한다.

“만에 하나 다음 달 스무날에 비가 오지 않으면 밭을 매어서는 안 된다.”

날씨에 대한 농민들의 절박함을 건드리는 이 예언은 ‘곧 흉년이 닥칠 것’이라는 흉흉한 민심으로 이어지면서 의금부는 왕의 지시에 따라 괴담을 유포한 이를 추적해 처벌했다.

한밤중 궁궐에 나타난 수괴 이야기는 중종과 정현왕후·연산군 ‘주연’의 정치 스릴러를 보는 듯하다. 1527년 6월 ‘망아지만 한 짐승이 방에서 뛰쳐나와 달아났다’는 목격담을 들은 중종의 어머니 정현왕후는 나흘 후 중종을 설득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긴다.

저자는 “그저 사람들을 놀라게 했을 뿐인 괴이한 짐승의 일화에서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에 가담한 정현왕후의 두려움을 읽을 수 있다”며 “괴물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누군가 자신에 대한 암살 모의를 꾸미고 있을 것이라는 공포를 촉발했지 않을까”라고 추측한다. 기록의 행간에 숨은 ‘공백’을 저자의 설득력 있는 상상으로 메우려 한 시도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태종실록’엔 백성은 물론, 왕조차 바다를 붉게 물들인 적조 현상을 사악한 악령이 깃든 ‘천구성(天狗星·하늘에서 떨어진 유성)’ 때문으로 오인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적조에 대한 과학 지식이 부족했던 탓에 태종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자 “천구가 떨어지면 이러한 변이 있다. 제사를 행하는 것이 좋겠다”며 불길한 기운을 수습하려 했다. 이밖에 어느 군인의 꿈에 등장한 세조가 전한 저승사자 ‘생사귀’에 대한 경고, 인종이 죽자 거리에 나타난 검은 기운 ‘물괴야행’ 등의 괴담도 흥미를 끈다.

조선 팔도 어디에 어떤 괴물이 살았는지 보여주는 ‘조선 괴물 지도’는 읽는 맛을 더한다. 저자는 “괴물의 이야기는 시대와 사람의 이야기다. 그래서 괴물은 끊임없이 목격되고 기록된, 조선의 또 다른 풍경”이라고 말한다. 292쪽, 1만7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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