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숨겨진 진리를 탐하라.. '권력'이 은폐하려 할지라도

기자 2021. 1. 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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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금지된 지식 |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 이승희 옮김 | 다산초당

인류는 언제나 지식 추구했고

권력자는 힘 빼앗길까봐 억압

신앙의 비밀·과학적 발견 등

‘금지와 투쟁’ 역사가 반복돼

위조지식으로 권력쟁취 現시대

가짜뉴스 통로 SNS 통제해야

인류의 역사는 지식 추구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태초의 인류는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하나둘 습득해야 했고, 그렇게 습득한 지식들은 생존은 물론 지적 희열을 추구하는 인간의 한 본성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그 지적 희열을 모든 사람이 좋아하지는 않았다. 역사 이래 한 줌의 권력이라도 쥔 자들은 세인들의 지적 희열을 불편해했다. 그 속에 권력을 뒤집을 불온한 사상들이 숨겨져 있을 거라 속단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과학사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금지된 지식’은 “지식을 금지하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수많은 부질없는 시도”를 소상하게 설명한 책이다.

지식이 “도움과 기쁨” 외에 “권력이나 힘을 제공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한사코 새로운 생각을 막았다. 저자는 서두에서 태초의 낙원, 즉 에덴동산에서 금지됐던 일들을 소환한다. 하느님은 스스로 창조한 피조물인 아담과 이브에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과일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아담과 이브는 그 실과를 먹음으로써 ‘원죄’를 세상에 불러왔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아담과 이브의 죄는 신의 명령을 어긴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던 이들이 “풍성한 깨달음의 나무”의 과일을 먹은 후 “성적 욕망”을 갖게 된 사실이 중요하다. 두 사람이 획득한 금지된 지식은 “실제로는 금지된 사랑”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인식을 강화한 사람은 ‘고백록’으로 유명한 4세기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다. 성서에서 죄는 아담과 이브의 아들들인 카인과 아벨 이야기, 즉 형이 동생을 죽인 사건에서 처음 등장한다. 살인에 비하면 나무에 달린 과일 하나를 따 먹은 일은 오히려 사소해 보인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낙원에서 벌어진 사건에 죄라는 개념을 연결하고, 금지된 지식을 알게 됐기 때문에 하느님이 내린 처벌”이라고 ‘고백록’에서 주장했다. 물론 “호기심에 울타리를 치려 했던 아우구스티누스의 시도”는 세속화와 과학의 영향 아래 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비밀도 지식의 확산을 막는 금지의 한 축이었다. 18세기에 이르러 등장한 비밀(Arkanum)이라는 개념은 본래 “숨겨진, 비육체적이고 죽지 않은 것” 혹은 “인간에게 경험을 통하지 않고는 알려질 수 없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내 다양한 의미로 분화, 발전했다. 특히 신앙의 비밀이나 비밀종파의 의례 등을 포함하는 여러 갈래로 파생됐다. 학문에서도 비밀은 존재했다. 아이작 뉴턴은 자신의 지식이 세계로 퍼지는 걸 싫어했다는 후문이 있다. 뉴턴은 전설의 인물로 르네상스 시대 지식인들이 신처럼 존경한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Hermes Trismegistus)의 문헌 ‘에메랄드 태블릿(Emerald Tablet)’에 주석을 달았다. 그 책에는 고대 철학은 물론 당대 물리학을 앞서는 내용이 다수여서, 뉴턴은 “자신의 눈에 들어온 내용에 대한 비밀”을 감추고자 했다. 그는 “인간이 하느님과 같은 힘을 얻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온갖 금지와 비밀이 난무하는 가운데, 인간은 그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 투쟁했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무엇이 진실 혹은 진리인가?”를 알아내기 위한 달음질일 수도 있다. 저자는 18세기 “계몽의 요구를 성취한 일”을 서구 문화의 매우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간주한다. 계몽의 목적, 즉 “지식을 통한 자기 해방”이 금지를 뛰어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세상의 모든 일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오늘날 생산되는 정보량은 인공지능(AI)으로도 다 소화하지 못할 지경이다. 또 하나, 진리의 합리성에 대한 의문도 간과할 수 없다. 한때 세계(의 일부)를 제패했던 종교의 진리는 이제 절대성을 얻지 못한다. 비밀스러운 지식도 그 가치가 떨어졌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진리 혹은 진실은 갈릴레오 갈릴레이 시절에나 비밀스러운 지식이었지, 지금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과거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더구나 숱한 지식이 위조되고 있고, 위조된 지식으로 부와 권력을 쟁취하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금지돼야 할 지식은 바로 이런 것들임에도 현대인들은 옛사람들의 무지만 탓한다.

과학사가인 저자는 책 말미에 “지식은 금지돼서는 안 되지만 통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가지를 꼭 집어 언급하는데, 페이스북과 생물유전학이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을 연결해 사회적 결합체로 만드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가짜 뉴스가 유통되는 매우 큰 통로 중 하나다. 생물유전학은 사람을 살리는 역할을 하겠지만 “인간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그 틈을 파고들 것이다. ‘금지된 지식’은 인간 본성과 그것을 억누르려고 했던 권력 사이에서 일어난 충돌의 역사를 풀어내며 “지식과 삶의 빛을 향한 탐구”를 멈추지 말 것을 권고한다. 408쪽, 2만 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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