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아픈 아내에게 "밥 안할거야?".. 아저씨 개조가 시급합니다

기자 2021. 1. 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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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 일본 여성이 '이것은 실제로 벌어졌던 무서운 이야기예요'라며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급기야 딸에게 "아빠 세대의 남자들이 죄다 죽지 않으면 일본은 더 나아지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들은 '나'는 삶을 통째로 복습하고 생존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

미성숙하고 이기적인 어른-남자들을 떠올리며 실로 한심하다고 여겼다.

대관절 누가 이런 시대착오적 게시글을 작성하고 추인했을지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야말로 (나를 포함해) 'K-아저씨 개조계획'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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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아저씨 개조 계획

작년에 한 일본 여성이 ‘이것은 실제로 벌어졌던 무서운 이야기예요’라며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본인이 직접 겪었는지 친구에게 전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다.

그날 아침부터 감기몸살에 시달린 아내는 집에서 종일 앓아누워 있었다고 한다. 모처럼 직장에서 일찍 돌아온 남편이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라고 말해 줘 간신히 몸을 일으켜 부엌 의자에 앉았지만 식탁에는 아무것도 차려져 있지 않았다. 이를 의아해하자 그러더란다. “왜 가만히 있어, 밥 안 할 거야?” 아아, 세상에 정말 이런 남편이 있을까. 예외적인 일화겠거니 여겼는데, 당시 이 트위트는 수천 알티(RT)를 기록했다. 공감하는 이가 무척 많았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며칠 전, 바로 이 남편의 말년을 형상화한 듯한 소설을 만나게 됐다.

‘정년 아저씨 개조계획’(소미미디어)의 화자인 ‘나’는 38년간 한 직장에서 근무하며 온갖 어려운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후배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한데 정년퇴직한 이후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기가 식구들의 존경은커녕 바보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것, 자신의 부재로 곤란한 집안일이 전혀 없다는 것, 가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족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해답을 찾은 건 아들 덕분이었다. 집안일은 전부 가전제품이 해주는데 살림이 뭐가 힘드냐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아들, 주말이면 피곤하다며 늘 잠에 빠져 있는 아들, 아이는 엄마가 집에서 키워야 제대로 자라는데 요즘 젊은 엄마들은 모성애가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아들의 모습이 자신과 판에 박은 듯 똑 닮았던 것이다. 급기야 딸에게 “아빠 세대의 남자들이 죄다 죽지 않으면 일본은 더 나아지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들은 ‘나’는 삶을 통째로 복습하고 생존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

소설은 해피엔딩이지만 출간 후 인터뷰에서 작가는 일본의 가부장제와 남존여비 문화를 비판하고 “남성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며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풍조”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쯧쯧, 일본은 대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미성숙하고 이기적인 어른-남자들을 떠올리며 실로 한심하다고 여겼다. 다만, 이건 바다 건너 이웃 나라의 사례일 뿐이겠거니 했는데. 며칠 전까지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 웹사이트에 게시돼 있었다는 글을 보며 기함하고 말았다. 요리에 서투른 남편을 위해 밑반찬을 준비하고 옷을 정리해 두라는 게 시(市)에서 장려하는 ‘임산부를 위한 꿀팁’이라니. 이 내용은 뉴욕타임스와 가디언에까지 보도됐다고 한다. 대관절 누가 이런 시대착오적 게시글을 작성하고 추인했을지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야말로 (나를 포함해) ‘K-아저씨 개조계획’이 시급해 보인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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