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작가들이 사랑한 화가 호퍼의 삶

기자 2021. 1. 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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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에 대한 그림책 중에서도 화가의 삶을 그린 책은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열일곱 명의 작가가 호퍼의 그림에서 얻은 생각으로 소설을 쓰고 '빛 혹은 그림자'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호퍼를 좋아했던 이경혜 작가는 그가 태어난 뉴욕주 나이엑의 집까지 찾아갔다가 이 그림책을 발견하고 번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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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자신만의 세상을 그리다 | 로버트 버레이 글·웬델 마이너 그림 | 이경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인물에 대한 그림책 중에서도 화가의 삶을 그린 책은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미술작품의 감상자로서 경험했던 화가의 세계가 그림책 안에서는 어떻게 유지되거나 달라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미 알려진 화가의 세계를 재현하면서도 자신만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책을 그린 웬델 마이너도 비슷한 고민을 토로한다. “나만의 스타일을 간직한 채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느낌을 살려내려고 애썼다.”

그는 호퍼와 상당히 다르게 호퍼의 그림을 그렸지만 누군가 이 책을 보면서 “이거 호퍼 그림이랑 비슷한데!”라고 말하는 순간을 상상한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이미지들 사이를 새로운 보폭으로 걸어가며 독립된 그림책을 만드는 일, 이 책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에드워드 호퍼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이면서 작가들이 유난히 사랑한 화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열일곱 명의 작가가 호퍼의 그림에서 얻은 생각으로 소설을 쓰고 ‘빛 혹은 그림자’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호퍼의 1927년작 ‘자동판매기’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동판매기의 가을’을 쓰고 그 작품으로 에드거 상을 수상했던 소설가 로런스 블록은 “호퍼의 작품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지만 그 그림들 속에는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로버트 버레이와 마이너가 호퍼의 그림 네 점을 디딤돌로 삼아 찾아낸 ‘호퍼만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 책을 더욱 잘 읽기 위해서는 호퍼의 원작과 그림책의 그림을 비교하는 것이 필요한데 다행히 책의 뒷부분에 원작이 실려 있다. 표지는 1942년작 ‘밤을 새우는 사람들’에서 가져온 장면으로 호퍼의 그림에는 없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취재를 간 호퍼 자신이거나, 호퍼의 작업을 상상하는 마이너이거나, 그림 속 실제 인물이거나, 아니면 그림책의 독자로 볼 수도 있는 한 남성의 뒷모습이 나온다. 그림들은 이렇게 재해석된다.

아이들의 따돌림 속에서도 나무 필통 뚜껑에 “에드워드 호퍼는 화가가 될 것이다”라고 적는 어린 시절 호퍼의 모습은 결연하다. 그의 대표작 ‘주유소’가 어떻게 창작됐는지 짐작하고 싶으면 ‘주유소’를 다룬 그림책 속 장면을 보길 바란다.

책은 호퍼의 팬을 위한 그림책이면서 한 예술가의 창작 태도와 신념을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가 몰랐던 호퍼의 숨은 시간을 보여준다. 호퍼를 좋아했던 이경혜 작가는 그가 태어난 뉴욕주 나이엑의 집까지 찾아갔다가 이 그림책을 발견하고 번역했다고 한다. 이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40쪽, 1만4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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