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팬데믹+불황 초유의 위기..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남석 기자 입력 2021. 1. 29. 10:10 수정 2021. 1. 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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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신 대공황│제임스 리카즈 지음│이정미 옮김│RHK

단순한 경기 침체 수준이 아닌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 심각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주식시장

V자형 경기반등 기대 허무맹랑

마구잡이 돈 풀기 정책은 안돼

金 대비 달러화 평가절하 시급

인플레 활용해서 디플레 막아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한 세상과 다른 세상 사이에 놓인 문이나 다름없다.”

인도 출신 작가이자 사회·인권운동가인 아룬다티 로이는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가공할 위력을 절감하기 시작한 지난해 4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금융 전문가 제임스 리카즈가 신간 ‘신 대공황(원제 The new great depression)’ 서문의 도입부를 로이의 글에 할애했다.

이는 대단히 상징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1998년 금융 위기와 비교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 우리 앞에 닥친 경제 위기에 비하면 그 위기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1929년부터 1940년까지 지속한 1930년대 대공황이 그나마 현 상황을 파악하는 데 더 나은 기준을 제시해 주지만, 그 대재앙조차 2020년에 일어난 일들과 앞으로 벌어질 일들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 ‘팬데믹 위기’와 ‘경제 위기’가 겹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극단적 비관론의 근거다.

저자는 세계 경제가 신 대공황에 접어든 시점을 2020년 2월 24일로 본다. 이는 이탈리아에서 대규모 코로나19 발생이 확인되면서 미국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폭락한 날이다. 코로나19가 중국 등 을 넘어 팬데믹 양상을 띤다는 사실에 증시가 처음으로 반응한 시점이다.

신 대공황이 시작됐다는 진단은 곧 현재의 경제 상황을 경기침체(recession)가 아닌 불황(depression)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보통은 실업률이 높아지고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경우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불황은 “경제가 회복되거나 완전 붕괴로 치닫고 있음을 나타내는 어떤 뚜렷한 추세 없이 침체된 경제 활동이 장기간 지속하는 만성적인 상태”(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일본의 30년 장기 불황이 보여주듯, 불황은 경기침체보다 장기적이며 그 영향력도 훨씬 광범위하고 크다.

저자가 경기침체와 불황의 차이를 특히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착시현상과 시장에 만연한 낙관론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1929년부터 1940년에 이르는 대공황 시기에도 경기는 오락가락했다. 1929∼1932년 미국 주가가 89.2% 폭락했지만, 1933∼1936년에는 강한 성장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경기지표가 일시적으로 개선되더라도 이를 ‘상황 종료’를 알리는 시그널로 착각해선 안 되는 것이다.

저자는 “현 단계에서 주식시장과 실물경제는 따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증시 회복은 경기 회복을 증명해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주가는 ‘떨어질 때 매수’를 기본으로 프로그램된 로봇에 의해 결정되는 데다 다우존스와 S&P500, 나스닥 등 주요 주가지수도 현재의 위기 상황에 덜 영향받는 일부 기술 기업에 의해 좌우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장은 주가와 실물경제가 따로 노는 상태가 지속되겠지만, 결국 주식시장도 신 대공황이 닥쳤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부 경제 전문가, 심지어 각국 정부 일각에서 나오는 ‘V자형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는 허무맹랑한 소리일 뿐이다. 우선, 스페인 독감 등 과거 팬데믹 역사로 볼 때 바이러스 변이 등을 통한 2차, 3차 파도가 닥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 4개월 만에 60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1차 대량 해고 사태에 이은 2차 대량 해고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저자는 실물경제의 근간인 블루칼라의 일자리 감소, 경제활동 참가율 저하 등이 중첩되면서 2023년까지도 미국이 2019년 수준의 생산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저자의 분석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봉쇄(lockdown) 정책을 총체적 실패일 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신 대공황으로 몰고 간 주범으로 본다는 점이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위기’와 봉쇄라는 잘못된 정책이 야기한 ‘경제 위기’가 톱니바퀴처럼 얽혔고, 이 때문에 신 대공항은 이전에 겪었던 어느 위기보다도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2020년 미국의 봉쇄 조치는 역대 최악의 정책 실수로 평가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전염병 학자들이 미국인 6000만 명을 실직으로 내모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약물, 알코올, 자살, 절망에 의한 인명 피해를 고려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저자는 통화 확대(연방준비제도)와 재정 투입(재무부)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 대응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돈을 찍어내고 재정을 투입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그렇게 하면 소비와 생산활동이 늘면서 화폐 유통 속도(화폐 회전율)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부채와 실업률 증가로 미래를 불안해하는 미국인들은 이미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유동성을 늘려도 투자나 소비 등 실물경제 활동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공산이 큰 것이다.

디플레이션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뢰 붕괴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정책 대안은 금 대비 달러화의 평가 절하다. 인플레이션을 이용해 디플레이션을 막는 이 방법은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가 활용해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저자는 개인들에게는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금 등 서로 관련 없는 분야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자산을 분산하고 6개월마다 그 구성을 보완할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은 바이러스학이 아닌 경제학적 관점에서 쓴 책”이라는 저자의 설명이 보여주듯, 감염병으로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저자의 진단과 평가에는 적지 않은 논리적 비약이 나타난다. 봉쇄 정책이 신 대공황을 낳았다는 논리도 지나친 단순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기존 재정 원칙을 무시한 통화 확대와 재정 투입 일변도 ‘돈잔치 정책’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흘려듣기 어렵다. 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임계치를 넘어서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거듭된 강조는 ‘지원금 만능론’에 빠진 것 같은 한국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증시는 결국 실물경제의 위기를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저자의 전망은 한국의 ‘영끌 투자’ 세태에 대한 경고로도 들린다. 360쪽, 1만8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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