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몰아보기] 미치도록 섹시하나 딱 19금 할리퀸 로맨스
아이즈 ize 글 김수정(칼럼니스트)
※ 드라마 내용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브리저튼’을 이제야 보았다. 공개된 지 약 한 달 만에 8,200만 시청자를 홀린 ‘브리저튼’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드라마다. ‘브리저튼’은 정략결혼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사랑을 찾아 결혼하고자 하는 여자 다프네(피비 디네버)와, 아픈 과거 때문에 결혼 만큼은 피하고 싶은 사이먼(레지 장 페이지)이 계약 연애를 하다 결국 눈 맞고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핫한 드라마에 핫가이가 빠질 수 없지. ‘브리저튼’의 남자 주인공 레지 장 페이지는 ‘핫가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그야말로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매끄럽게 감싸는 슈트핏과 훤칠한 키, 거친 남성성과 단정한 신사적 매력을 두루 갖춘 구릿빛 얼굴까지. 마치 브래드 피트의 전성기 시절을 보는 듯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섹시 스타에 전 세계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를 잇는 차기 제임스 본드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익히 소문(?)을 통해 듣긴 했지만, ‘브리저튼’이 레지 장 페이지의 피지컬을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을 보며 적잖이 당황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거의 매회 상의를 탈의하고 땀범벅이 된 채 링 위에서 육체미를 과시하고, 숟가락을 섹시하게 핥으며, 그것도 아니면 거친 베드신을 통해 화면을 살색으로 가득 채운다.
흑인 여왕, 흑인 공작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며 얼핏 정치적 올바름,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드라마에서 아예 대놓고 남성 배우의 외형을 전시하는 것을 보며 모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부 팬들이 ‘브리저튼’의 빈약한 서사를 두고 “주인공 외모가 서사다”라고 농담하는 것에 마음 편히 웃지 못했던 이유다.
한편으론 그간 무수히 많은 작품에서 소모품처럼 대상화되었던 여성 배우들이 떠올랐다. 할리우드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얼마 전 “앞으로 남성 감독이 연출하는 베드신은 촬영하지 않겠다. 남성 시선에 맞춘 베드신은 불편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반해 ‘브리저튼’의 성애 장면은 철저히 여성 시선으로 흘러간다. 특히 5회와 6회에 이르러서는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성애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주로 다프네의 리액션 클로즈업과 사이먼의 섹시한 뒤태를 성실히 담은 풀샷으로 이루어졌다. 베드신 횟수가 늘어갈수록 주인공 다프네는 점차 성에 눈을 뜨게 된다. ‘브리저튼’이 시대극 버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 불리는 까닭이 여기 있다. 바람둥이 남자와 그로 인해 성에 눈을 뜨게 되는 순수한 여자의 이야기.
다프네는 결혼 후 엄마에게 찾아가 왜 실제 결혼 생활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조언을 안 해줬냐며, 자신을 백치나 다름없는 상태로 세상에 내보냈냐며 울며 원망한다. 다프네가 말한 조언은 다름 아닌 부부관계(marital relations), 즉 잠자리에 대한 것이었다. 이게 그렇게까지 서럽게 울 일인가 싶어 장면을 여러 번 돌려 봤다. 다프네가 결혼에서 깨달았다는 것이 결국 성(性)적 유희였다니. 또 한 번 당황했다.
남자 주인공은 내내 화면을 뜨겁게 달구고, 여자 주인공은 내내 결혼, 사랑, 성, 그리고 출산에 절절 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지 장 페이지는 미치도록 섹시하고, 피비 디네버가 입고 등장하는 드레스는 하나같이 황홀하게 아름답다. ‘브리저튼’에 사랑과 결혼에 대한 고차원적인 통찰이나 인종, 성별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시대극을 기대하진 말자. 딱 19금 할리퀸 로맨스물이니까.
김수정(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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