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산행] 삼나무 빽빽한 삼다수숲을 가다

글 손수원 기자 사진 한준호 차장 2021. 1. 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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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삼다수숲길 가이드
유네스코의 세계지질공원 대표명소..체력에 따라 3개 코스 선택
삼다수숲길은 절반 이상이 삼나무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삼다수숲길은 조용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흔히 제주도 성수기라는 시기에 와도 붐비지 않아 언택트 시대의 겨울에 걷기 좋은 길이다.
삼다수숲은 용암이 식은 땅에 형성되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삼다수’ 생수가 이곳에서 난다. 층층이 쌓여 있는 다공질 현무암이 빗물을 걸러 깨끗한 화산 암반수로 만드는 것이다. 숲에는 거의 대부분이 삼나무다. 1970년대 심은 삼나무들이 이제는 30m가 넘는 거목으로 자랐다.
원래 이 지역은 말을 풀어 기르는 방목 터이자 사냥 터여서 ‘테우리(말몰이꾼)’와 ‘사농바치(사냥꾼)’, 마을 주민들이 주로 다녔다. 그러던 것을 2010년 제주의 생수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교래리 주민들이 숲 사이에 길을 정비해 ‘삼다수숲길’이란 이름을 붙여 개장했다.
삼다수숲길은 산과 들이 경계를 이루는 중산간의 해발 440m 지역에 형성돼 있다. 제주에서도 중산간은 눈이 많이 내리고 잘 녹지 않는 곳이라 삼다수숲길엔 겨울 동안 거의 대부분 눈이 쌓여 있다고 보면 된다. 삼나무와 편백나무, 난대림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이 사려니숲길과 비슷하다. 201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천년의 숲 부문 어울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교래리가 유네스코의 세계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었다.
교래리는 700여 년 전에 형성된 마을이다. 이 지역에는 제주에서도 오름과 숲이 많아 주민들은 말을 키우고 사냥을 하거나 메밀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교래橋來’라는 이름은 ‘다리를 건너다니는 곳’이라는 뜻이다. 마을에 흐르는 천미천에는 다리 모양의 길고 넓은 바위가 있어서 그것을 건너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오갔던 것이다. 그래서 교래리의 옛 이름은 ‘도리(다리의 제주 방언)’였다.
1970년대에 심은 삼나무는 이제 키가 30m 이상 되는 거목이 되었다.
가장 인기 좋은 B코스 5.2㎞
숲길 코스는 크게 3개 코스로 나뉜다. 삼다수숲길은 어느 구간에나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리본이나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처음 와도 길을 헤맬 염려가 없다.
A코스 꽃길은 1.2km, B코스 테우리길은 5.2㎞, C코스 사농바치길은 8.2㎞이다. A코스는 짧은 ‘맛보기’용 산책로다. B코스의 일부분만 걷는다. 봄, 여름에는 탐방로 옆으로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다. 그래서 길 이름도 ‘꽃길’이다.
길 초입의 삼나무숲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다. 마치 일본의 숲을 연상케 할 정도다. 삼나무에 눈꽃이 핀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언제나 한적한 분위기라 오롯이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숲길 곳곳에 이정표와 안내리본이 잘되어 있어 길 헤맬 염려가 없다.
B코스 테우리길은 삼다수숲길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코스다. C코스의 절반 정도를 걷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붓순나무와 단풍나무 군락지도 함께 있어 어느 계절에 걸어도 그만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원래는 야자수 매트가 깔려 있고 조릿대도 많이 자라지만 겨울에는 대부분 눈에 뒤덮여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5.2㎞에 3시간 정도 걸린다.
눈꽃 핀 삼나무들.
C코스 사농바치길은 온전히 숲길을 다 걷는 코스이다. B코스에서 갈림길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되는데, 말찻오름, 오름 분화구에 물을 담고 있는 물찻오름 등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봄에는 복수초, 여름은 산수국,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수 있다. 8.2㎞에 4시간 정도 걸린다.
삼다수숲길에 차를 가지고 가면 교래리종합복지회관 주차장이나 교래소공원에 주차해야 한다. 이곳부터 숲 길 입구까지 1km 정도 되는 포장도로를 걸어야 한다. 요즘은 숲길 입구에 차를 세울 만한 공간을 마련해 사람이 붐비지 않는다면 안까지 들어갈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삼다수숲길을 찾아온다면 제주공항에서는 112번, 131번 버스를 타고 교래사거리에서 내리면 된다. 제주버스터미널에서는 212, 231번 버스가 다닌다.
삼다수숲길에는 화장실이나 편의점 같은 편의시설이 없다. 출발 전 미리 용변을 보고 간식도 미리 준비해 와야 한다. 조금 불편하지만 이 좋은 제주의 숲을 무료로 즐기는데 이 정도의 수고는 얼마든지 감수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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