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읽는 신간]'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외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곽재식 지음,위즈덤하우스)=‘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괴물 이야기는 영화 ‘물괴’로 잘 알려진 중종 때 수괴 사건이다. 개처럼 생겼는데 말 만한 괴상한 짐승이 1511년과 1527년 궁궐 한복판에 나타나 민심을 술렁이게 했다. 왜 이런 짐승이 궁궐 한복판에 나타난 걸까. 2018년 ‘한국괴물백과’를 펴낸 바 있는 작가는 이번엔 본격적인 괴물 탐구에 나섰다.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해 각종 사료에 등장하는 스무 괴물을 중심으로 당시 사건과 기록, 사회상 등을 통해 실체를 조명해 나간다. 중종 때 수괴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 중 괴물을 수괴로 언급한 유일한 사례다. 중의 어머니 정현왕후가 불안해하며 다른 곳으로 피신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사건이 커졌다. 저자는 수괴의 등장을 연산군과 연관짓는다. 정현왕후는 연산군을 친자식처럼 키웠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를 몰아내는 데 가담했다. 삐뚤어진 연산군에 대한 죄책감과 절대 권력자도 하루아침에 쫒겨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수괴의 등장은 극도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은 하늘에서 내려와 밥을 얻어 먹은 대가로 일기를 예보해준 삼구일두귀, 가뭄과 홍수를 불러와 재앙으로 받아들여진 강철 등 다양한 괴물이 등장하는데, 이들을 통해 당시 민심을 읽어낸 점이 눈길을 끈다.
▶코로나,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다(박연미 지음,책밥)=1년간 이어지는 코로나19와의 혈전은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전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지난 1년간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면적으로 살피면서 남긴 과제를 세심하게 짚어낸다. 특히 경제 방송 등을 통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현안을 설명해온 경제평론가 답게 술술 읽히게 썼다. 저자는 가장 충격적인 일상적 변화의 대표사례로 닫힌 학교를 들며, 학교폐쇄가 일과 삶의 균형을 깨뜨리고 교육격차를 현격히 벌여놓았다고 지적한다. 집콕생활이 1년간 이어지면서 집은 수많은 공간을 대신하고, 생활패턴을 바꿔놓기에 이르렀다. 나훈아의 ‘아 테스형’, BTS 방방콘, 프로스포츠 등을 모두 ‘방구석 1열’로 즐기고, 늘어난 나홀로 시간에 게임, 홈쿡, 밀키트, 홈트 시장은 폭발했다. 저자는 시선을 옮겨 산업의 명과 암을 살펴나간다. 길이 막히고 끊기면서 국내,해외 관광산업은 스러졌지만 화물 운송은 웃었다. 긱 노동, 재택근무의 일상화는 일과 근무의 형태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저자는 “줄잡아 수십 년은 걸릴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나고, 완고하던 기득권이 처참히 부서지는 중”이라며, 위기와 변화의 시기에 기회가 있음을 강조한다.
▶쌀 재난 국가(이철승 지음, 문학과지성사)=전작 ‘불평등 세대’에서 ‘세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사회의 위계구조가 어떻게 세대와 맞물리며 불평등을 야기해왔는지 제시한 저자의 두 번째 불평등 프로젝트. 이번에는 쌀 재난 국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보다 깊은 불평등 구조에 다가갔다. 그 뿌리엔 쌀 경작문화가 있다. 저자는 한반도에서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현재까지 훑어 내려오며 벼농사 체계라는 동아시아 쌀 경작 문화권에서 발전한 제도들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제도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위계와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형성했는지 다양한 자료와 데이터에 근거해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저자는 벼농사 체제의 유산 가운데 재난 대비 구휼국가의 모습,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인 공동노동 조직, 표준화와 평준화의 조율 등은 긍정적으로 본 다. 반면 나이에 따른 연공서열 문화와 여성 배제의 사회구조, 시험을 통한 선발 및 신분 유지와 숙련의 무시, 땅과 자산에 대한 집착 및 씨족 계보로의 상속이 이뤄지는 사적 복지체제의 구조는 부정적 유산으로 평가한다. 이런 유산들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내고 코로나 팬데믹하에서 효율적인 기능을 수행하기도 했다. 책은 벼농사체제의 유산 가운데 어떤 것을 극복하고 발전 강화시켜야 할지 대안을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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