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김문호 "바람을 담은 '무안 분청'을 세계에 알립니다"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외국 작가들은 분청을 일본에서 배웠다고 하더군요. '분청'이란 자고로 우리 것인데… 제가 나서서 우리나라 분청, 특히 무안 분청의 매력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28일 오후 한 갤러리에서 만난 도예가 김문호씨(64)가 자신의 작품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는 지난 1월21일 광주 동구 무등갤러리에서 '흙에 바람을 담다'라는 이름으로 15번째 개인전을 개최했다.
목포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원난성 대리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도예가 김문호씨의 전시가 광주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 100평의 전시장은 그가 만든 130여점의 분청 작품으로 가득 채워졌다. 항아리부터 잔, 한옥과 탑까지 다양한 도자들이 모여있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도예에서 쓰이는 다섯개의 기법이 두루 사용돼 다채로운 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각각 토우, 타례, 탄상, 틀, 물레다.
하나의 기법을 주로 쓰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김문호 도예가는 늘 다른 기법을 사용해 작품을 만든다.
그는 "한가지의 기법만 쓰면 예술가 스스로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겠냐"며 "작업에 '리듬감'을 부여하기 위해 다채로운 기법을 쓴다"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매끈한 항아리 대신 조금은 삐뚤고 투박한, 거친 흙 표현이 묻어난 항아리와 잔들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또 탄상 기법으로 탑과 한옥 등의 결을 생생하게 구현한 것은 조소와 도예를 함께 전공한 그만의 매력이 드러나는 면모다.
김문호 도예가는 '우리나라 분청'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과 애착을 갖고 있었다. 특히 전남 목포 출생으로 인근인 무안의 흙을 사용하는 그는 모든 작품에 '지역성'을 담아 세계로 알린다.
그는 "불에 가면 검은 빛을 내고 거친 사토의 매력을 내주는 무안 분청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목표"라며 "분청은 오롯이 기술만이 아닌 흙과 유약으로 '지역성'을 살려야 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거친 흙의 촉감을 느끼는 재미가 있다. 김문호 도예가는 모든 전시에서 관람객에게 기꺼이 자신의 작품을 만져보게 한다.
매끈함만을 중시하고 흙의 촉감을 무시하는 요즈음 도자들과 달리 거친 촉감으로 장작불이 완성시킨 분청의 매력을 일반인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분청이란 '분장회청사기'의 약칭으로 김문호 도예가의 가계인 '문호요'의 1대 스승인 고유섭 미술사학자가 처음으로 지은 명칭이다.
회색 또는 회흑색 태토 위에 백토로 표면을 분장한 다음 유약을 입혀서 구운 자기들이 바로 '분청'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맥'이 드러나있지 않았던 우리나라 분청사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목표 중 하나는 문호요 1대 스승인 고유섭 미술사학자로부터 내려온 가계도를 알리는 것.
'문호요' 가계도는 고유섭씨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지냈던 2대 최순우 미술사학자, 김문호씨의 직접 스승으로 분청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3대 윤광조 도예가와 마지막으로 4대인 자신으로 구성됐다.
김씨는 "고유섭 선생님으로부터 내려온 우리나라 분청의 매력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독일,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여러 국가에서 수차례 전시를 했다"며 "해외 작가들이 분청을 일본에서 배웠다고 할 때마다 우리나라 분청의 현실에 너무도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분청'이란 자고로 우리 것인데 내가 우리 분청을 세계에 나서서 알릴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분청,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 '전남 무안'의 분청을 알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끝으로 그는 "태생이 전남 사람이고 참 가까운 광주인데 이상하게 연이 닿지 않아 광주에서 전시를 올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라며 "코로나19로 해외 전시가 취소돼 아쉬웠는데 이렇게 지역민들께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호 도예가의 '흙에 바람을 담다' 전시는 오는 2월3일까지 광주 동구 무등갤러리에서 열린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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