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수신료 인상한다는 KBS..'순서'가 틀렸다

최현만 기자 2021. 1. 2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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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할 필요 없고 그냥 징징거리면 편한 자리로 옮겨주니까 참 좋은 회사다."

상황이 이러니 KBS가 월 2500원의 수신료를 384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국민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종민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 역시 "수신료 인상을 통해 KBS가 안정적인 기반에서 공익적인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등 공익적인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건 KBS만이 할 수 있는 기획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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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혁신' 신뢰없이 수신료 인상? 순서 바뀐 KBS
양승동 KBS사장./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열심히 일할 필요 없고 그냥 징징거리면 편한 자리로 옮겨주니까 참 좋은 회사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후배들만 갈구며 남은 재직기간을 편하게 채우려는 몇몇 선배들을 보면 왜 한국방송공사(KBS)가 저런 인간들을 자르지 않나, 저들에게 주는 돈을 외주제작사에만 더 줘도 콘텐츠 품질은 올라가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7월 양승동 KBS 사장이 인건비를 30%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포함한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에 올라온 조합원의 생각이다. KBS 내부 직원들은 진작부터 혁신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

KBS의 영업적자는 2018년 기준 585억원이고 2019년 기준 759억원으로 경영 실적은 바닥을 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기준 KBS 전체 직원 중 억대 연봉자는 60.8%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다.

사기업이었으면 일찍이 직원들이 권고사직을 강요받거나 대폭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을 테지만, KBS는 그 칼날을 피해갔다.

국민이 내는 수신료가 직원들의 과도한 인건비로 인한 예산 부족을 메꾸기 위해 쓰인다고 상상하니 아찔하다.

상황이 이러니 KBS가 월 2500원의 수신료를 384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국민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KBS는 2023년까지 1000명의 직원을 감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중 900여명은 정년퇴직 등으로 자연 감소하는 인원이다. 자구노력을 제대로 한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정년퇴직으로 인원이 대폭 감소하는 시점을 노리고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양승동 KBS 사장이 수신료 조정안을 제출하며 발표한 입장문을 봐도 총 25개에 달하는 문장 중 인건비 절감 등 자구 노력을 언급한 문장은 하나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공익'과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장으로 채워졌다. 공익을 위해서 수신료 인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인건비로 인한 예산 부족을 수신료로 메꾸는 것도 공익적이라고 봐야 할까.

KBS 전경.© 뉴스1

물론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공감하고 있다.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수신료가 크게 적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과 비교해 일본은 5.4배, 프랑스는 6.2배, 영국은 7.8배 더 많은 수신료를 받고 있다.

박종민 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 역시 "수신료 인상을 통해 KBS가 안정적인 기반에서 공익적인 방송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등 공익적인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건 KBS만이 할 수 있는 기획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내부 혁신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절차가 빠져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 설득 없이는 결국 2007년, 2011년, 2014년에 이어 이번에도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S가 순서를 바로 세우길 기대한다. 인건비 감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하겠다고. 그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수신료 반납 등 그에 합당한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수신료 인상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방송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아니라 먼저 강력한 혁신 로드맵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KBS에 내는 수신료로 넷플릭스를 보고 싶다"는 국민들이 "그래도 KBS는 수신료를 받을 만하지"라는 반응으로 바뀔 수 있도록 말이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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