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겨를 없는 SK, 신세계 실무진과 첫 회의 "시범경기는 새 유니폼 입고 치른다"

장강훈 2021. 1. 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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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이내에 새로운 옷을 입을 인천SK행복드림구장 전경.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충격파는 여전하지만 감상에 빠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구단 매각 아픔을 겪은 SK 선수단이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3월 20일께 시작하는 시범경기는 새 주인 ‘신세계 이마트’의 이름을 구단명으로 내세우고 치르기로 목표를 세웠다. 시간이 촉박해 처리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구단측은 28일 “신세계그룹에서 구단 인수 실무자들과 오전에 회의를 했다. 신세계그룹의 문화를 설명하고 야구단 운영 경험이 없으니 기존 프런트들에게 여러가지를 배우겠다고 하시더라. 처리해야 할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내달 23일 계약 체결에 앞서 구장 환경 개선이나 엠블럼 교체 등 기본적인 구단 창단 작업의 얼개를 짜야 한다. 어쨌든 두 달 안에 ‘이마트’를 가슴에 새긴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구단 관계자는 “시범경기 막판 부산 등에서 치르는 평가전부터 새로운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빠르고 급박하게 인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면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명칭을 비롯해 구장 곳곳에 설치된 SK 관련 광고판과 엠블럼 등도 모두 교체해야 한다. 단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통상적으로 구단 창단 작업은 인수 등 준비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3개월 이상 필요하다. 구단 네이밍이나 마스코트, 유니폼 디자인 확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기존 구장을 사용할 경우에도 엠블럼 교체 등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당장 홈구장은 인천 SK행복드림구장으로 명명돼 있고, 전광판을 비롯한 곳곳에 SK그룹의 엠블럼이 설치돼 있다. 뜯어내고 신세계그룹 이마트 것으로 교체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신세계그룹측은 구단 인수를 결정한 뒤 엠블럼 제작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 번 결정하면 쉽게 교체할 수 없기 때문에 검증에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 작업에만 한 달 이상 소요된다.
유통기업과 스포츠단, 그 중에서도 야구단은 업무가 전혀 다르다. 직원 100%를 승계한다고는 하지만,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신세계그룹이 참여해야 한다. SK와 신세계그룹은 결제시스템이나 하다못해 문서 기안 양식도 다르기 때문에 상이한 기업 문화를 프런트 업무에 녹여내는데도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룹 총수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등기변경 등 행정 절차만 하면 되지만, 실무진은 0에서 시작해 모든 것을 바꿔야 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모그룹이 바뀌는 일이기 때문에 비교적 전문성을 축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SK 프런트도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다.
왕조를 구축했다는 자부심을 가진 선수들의 동요를 막아내는 것도 인수 과정의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개막이 코 앞이라 선수단 동요를 막는 것도 큰 일이다. 일단 스프링캠프는 당초 계획대로 시작한다. 선수단이나 프런트 모두 캠프와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시즌 종료 직후나 연말에 구단 매각 소식을 접했다면 허탈감이 더 컸을 것으로 본다. 매각 소식이 공개된 날에는 솔직히 패닉에 빠졌는데, 아파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빠르게 정상 페이스를 찾았다”고 귀띔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다. 당장 나흘 뒤면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지난해 창단 첫 9위라는 오명을 썼기 때문에 명예회복을 하려면 어느 팀보다 건실하게 캠프를 치러야 한다. 제주와 속초, 인천과 강화도를 오가며 치를 스프링캠프 결과에 따라 올해 농사가 달려있다.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 입국 일자 확정도 해야 한다. 갈 길이 구만리다.
팬들의 아쉬움을 신세계그룹이 어떤 형태로 위로할지도 관심사다. (스포츠서울 DB)
SK 김원형 감독은 “오늘(28일) 유니폼 등 도구를 받는 날이라 구장에 잠깐 나왔다. 구단이 바뀌는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지에 가면 선수들을 만나 얘기하겠지만, 동요하지 말고 우리가 준비한 것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에만 신경쓰자고 당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SK는 새달 1일부터 3월 19일까지 제주도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시즌 준비를 할 예정이다. SK 와이번스로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하지만, 돌아올 때에는 신세계그룹 이마트 구단으로 명칭이 변경되는 기구한 운명이다. 그래도 개막 일정은 나왔고, 시즌 준비는 해야하니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바뀐 유니폼을 입으면 구단이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할 것”이라면서도 담담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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