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먼저, 의료진 먼저?..국가마다 백신 전략 다른 이유

고재원 기자 ,조승한 기자 2021. 1.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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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상황 따라 효과 달라져..수학 모델링 이용해 전략 수립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를 종결시킬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내달 중 시작된다. 수도권 소재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을 시작으로 고령층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고령층에 치명률이 높은 코로나19 특성을 고려해 사망자를 최소화하고 의료방역체계 유지를 꿰하는 전략이다. 하반기에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대상을 확대한다. 9월까지 전 국민 70%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질병관리청 산하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백신접종계획을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2분기 안으로 900만명, 하반기 내로 3325만명이 백신을 맞게 된다.

한국보다 앞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유럽과 미국, 이스라엘 등은 국가마다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달 23일부터 스위스를 시작으로 지난달 24일 세르비아가 뒤를이어 접종을 시작했다. 지난달 27일~29일에는 EU 내 27개 회원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선터(ECDC)는 앞서 지난달 22일 유럽연합(EU)과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들의 백신 접종 정책 수립을 돕기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우선순위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의 최우선 접종 대상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다. 다음으로 의료 종사자를 접종한다. 의료인 접종 이후에는 18세부터 59세 사이 성인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마지막으로는 18세 이상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접종 순위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순위 설정은 자체개발 백신이 아닌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 접종을 유럽 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영국도 비슷하다. 영국은 EU와 EEA에 속하지 않지만 ECDC가 참고한 자료를 토대로 우선 순위를 설계했다. 영국은 요양원에 거주 중인 노인을 접종 1순위로 택했고 이후 의료진과 80대 이상 노인 순서로 접종하도록 했다.

미국은 고위험군과 필수 인력 각각에서 순서대로 접종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지난달 20일 백신 할당 권장 사항을 CDC에 건의했다. 이에 따르면 최우선순위는 요양시설에 입원 중인 환자와 의료 종사자다. 다음으로는 75세 이상의 노령층과 소방관, 경찰관, 교도관, 교사 등 일선 필수 인력이다. 다음으로는 65세에서 74세 이상 노령층과 기저질환이 있는 16세에서 64세 사이 일반인, 기타 필수 인력을 대상이다.

의료진과 필수 종사자들을 먼저 택하는 국가들도 있다. 러시아는 자국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을 지난달 5일 모스크바 시민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의료진과 교육계 종사자, 시 공무원 등 주민과 접촉이 많은 이들을 우선 접종 대상으로 삼았다. 중국은 의료진과 검역 요원, 저온 식품 종사자들이 우선 접종 대상이다. 이후 기저 질환자와 노령층이 접종하고 일반인 순서로 확대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미 의료진과 60세 이상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우선 접종을 마치고 35세까지 백신 접종 연령을 확대했다. 해외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에 빠른 대처를 하기 위해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안전성 검증 논란으로 임산부와 16세 미만 청소년 및 아동에 대한 접종도 허용한 상태다. 

○ 국가마다 상황에 따라 백신 접종전략 달라...수학 모델링이 도움

접종 순위가 다른것은 국가들이 자국의 상황에 맞춰 접종 전략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예방접종위원회(SAGE)는 역학적 상황에 따라 최우선 접종권장대상자를 다르게 선정할 것을 권하고 있다. 지역사회 전파가 활발한 경우 고위험 의료인과 노인을 우선 접종하고 국지적 유행이 일어나는 경우면 고위험 의료인과 전파위험이 큰 지역에 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할 것을 권고한다. 환자 발생이 없다면 고위험 의료인 외에도 여행이 필요한 이들이나 검역, 국경보호 등 근무인력을 대상으로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

원칙은 있지만 정교한 접종 순위를 설정하는 것은 수학 모델링을 통한 예측이다. 나이에 따른 코로나19 백신의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접종 시나리오를 만들고 최선의 결과가 나오는 시나리오를 택한다. 예를 들어 사망률을 줄이려면 사망위험이 큰 고령자부터 접종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란 분석이 있다. 바이러스 확산 자체를 줄일 필요가 더 크다면 백신이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환자와 접촉이 잦은 의료인이나 일반인과 접촉이 많은 필수 인력을 먼저 접종하는 게 유리한 전략으로 나타났다.

ECDC는 60세 이상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70세 이상과 기저질환자, 80세 이상과 기저질환자에 따른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60세 이상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할 경우 3억 4700만 명분의 백신이 필요하고 70세 이상은 1억 5800만 명분, 80세 이상은 8000만 명분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백신을 맞췄을 때 효과는 60세 이상을 맞췄을 때가 모두가 백신을 맞을 때 대비 98%의 사망률 감소 효과가 있는 반면 80세 이상을 맞췄을 때는 43%에 불과했다.

ECDC는 이를 토대로 나이 제한을 60세 이상으로 설정했다. 영국은 80세, 미국은 75세, EU는 60세로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은 요양시설 거주 노인을 1순위로 선정하면서 그만큼 백신 접종분량이 줄어들었다. 대신 건강한 노인 접종 대상자의 연령대를 올려놓았다.
 

[고재원 기자 ,조승한 기자 jawon1212@donga.com,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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