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쓱쓱' 비벼 고기 한점 '딱'..거짓 부르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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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년의 '해동죽지'(1925년)의 한 구절이다.
헛제삿밥에 대한 다른 유래도 있다.
한동에서 헛제삿밥을 주문하면 커다란 유기그릇에 호박전과 동태포, 나물을 골고루 담고 밥과 함께 준다.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 안동에서 생선은 무척 귀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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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 먹고 싶어 올린 가짜 제사 '헛제사밥'
소금에 절여 숙성까지 완벽한 '간고등어'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평상시에는 제삿밥을 먹을 수 없으므로, 제사음식과 같은 재료를 마련해 비빔밥을 해먹은 데서 헛제삿밥이 생겨났다”
최영년의 ‘해동죽지’(1925년)의 한 구절이다. 얼마나 맛있었기에 굳이 헛제사까지 올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헛제사는 말 그대로 제사를 올리지 않고 먹는 가짜 제삿밥이다. 경북 안동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헛제삿밥’의 유래를 듣고 있자니, 문득 든 생각이다. 헛제삿밥에 대한 다른 유래도 있다. 서원이 많은 안동 유생들이 쌀이 귀한 시절, 제사 음식을 차려놓고
거짓 제사를 지낸 뒤 제수 음식을 먹었다는 설과 제사를 지낼 수 없는 상민들이 쌀밥이 먹고 싶어 헛제사 음식을 만들어 먹은 데서 시작했다는 설 등이다. 유래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점은 있다. 바로 ‘쌀’이 귀하던 시절, 제사음식은 쌀밥을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날이었다는 점이다.
안동에는 헛제삿밥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몇 곳이 있다. 한동에서 헛제삿밥을 주문하면 커다란 유기그릇에 호박전과 동태포, 나물을 골고루 담고 밥과 함께 준다. 상에는 고기와 무를 넣어 끓인 탕과 고기 산적, 간고등어 구이가 오른다. 제상에 오른 나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데, 안동 사람들은 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물론 식당에서 나오는 상차림에는 고추장도 함께 나온다.
헛제삿밥의 상차림 중에 눈에 띄는 음식은 간고등어구이다. 안동에서는 간고등어를 ‘간고디’라고 부른다.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 안동에서 생선은 무척 귀한 선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바닷가인 영덕에서 안동까지 고등어를 가져오자면 하루가 더 넘게 걸렸다. 이동 시간 때문에 자칫 고등어가 상하기 쉬워 생각해 낸 고등어의 보존 방법이 염장법, 바로 소금에 절이는 것이었다. 이후 안동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를 자주 먹었다. 이후 안동 사람들은 숙성 후 먹는 간고등어가 비린 맛은 빠지고, 육질이 더 맛있게 변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내륙 지역인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더 유명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담백하고, 짭짤한 맛도 간고등어의 특징. 구이나 조림으로 먹어도 입맛을 돋우는데 안성맞춤이다. 특히 간고등어구이 조리법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소금을 치고 달군 석쇠에 서서히 구워 내는 게 핵심. 안동 사람들은 간고등어구이를 주로 간장에 찍어 먹는다는 점도 비법 아닌 비법이다.
강경록 (r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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