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오류로 얼룩진 삶보다 시도하지 않은 삶이 가장 슬픈 삶"

이기림 기자 2021. 1. 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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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림의 북살롱] 27년 만에 신간 '50' 펴낸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신간 에세이 '50'을 펴낸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홍정욱(51). 그는 누군가에게 유명 배우 남궁원의 아들로, 누군가에게는 제18대 국회의원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디어그룹을 운영했던, 현재는 식물성 푸드기업 올가니카의 회장을 맡은 기업인으로 불린다. 이름 앞에 붙은 수많은 호칭은 수 없는 도전에 대한 결과물일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조계, 금융계, 기업인, 정치인까지 고루 경험한 '홍정욱'의 도전정신이 궁금해졌다. 마침 그는 1993년 출간해 100만부가 넘게 팔린 에세이 '7막7장'의 뒤를 이어 27년 만에 새로운 에세이 '50'(위즈덤하우스)를 출간한 상황.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찾아가 그와 삶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작이 타닥타닥 타오르는 벽난로를 뒤로한 홍 회장은 먼저 신간 집필이라는 도전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침착하게 이어나가는 대화에서 그의 도전이 결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작년은 모든 분이 힘든 시기였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이 있어서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지난 20여년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라며 "'가슴의 울림'이 왔고, 제 마음을 솔직하게 글로 써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번 에세이가 '대박'난 전작과 비교될 수도 있을 터, 홍 회장은 27년 만의 도전에 망설임은 없었을까. 그는 "사람들이 도전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실패라는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나도 치가 떨릴 만큼 두렵고, 실패도 해봤지만, 그보다 '내가 그때 그걸 했었으면'이라고 후회하는 게 훨씬 더 두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성장의 원동력은 자신감이 아닌 열등감"이라며 "어제의 부족함을 떨쳐내는 열등감이란 동력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홍정욱 회장./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홍 회장은 끝없는 도전과 함께 부, 명예를 얻은 성공한 사람으로 대표된다. 우리는 이런 삶을 '성공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홍 회장은 이런 것들에 대해 "부차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성공의 의미를 "후회 없는 삶"이라 정의한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아, 정말 가슴이 부르는 대로 소중한 인생을 잘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끊임없이 실수나 실패를 하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삶은 오류로 얼룩진 삶이 아니라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삶"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홍 회장도 "제 인생은 일탈과 오류투성이"라고 고백한다. 그가 직접 행한 일에서도 불완전한 모습이 있었겠지만, 지난 2019년 큰딸의 '마약 밀반입 사건'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는 이 문제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홍 회장은 "딸도 저도 많이 놀랐고, 많이 자책했고, 반성했다"라며 "자녀가 마약에 손을 대는, 잘못된 걸 바라고 권장하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라고 했다. 이어 "자녀가 저지른 일탈과 잘못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부모도 없다"며 "아버지로서 진심을 담아 여러 차례 사죄했고, 그 마음은 변함없다"고 재차 사과했다.

도리어 그는 아버지로서 딸의 아픔을 미리 알지 못하고, 어루만지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 불안함, 우울함 같은 본능적인 아픔을 갖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그걸 남들보다 더 깊게 느끼는데, 저나 제 딸이 그랬던 것 같다"며 "게다가 제 딸로 자라난다는 고됨, 주변의 기대와 같은 부담감, 이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제 불찰이었다"라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어린 나이에 문제를 알게 돼 함께 노력할 수 있으니 감사하고, 함께 잘 이겨내서 멋진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제가 할 수 있는 건 생이 다할 때까지 제게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지켜주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홍정욱 회장./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홍 회장이 죽을힘을 다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환경이다. 그는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 이사로 활동하며, 친환경 식품기업 올가니카를 운영한다. 그는 "일찍이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지구가 엄청난 스케일과 스피드로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우리가 바꿔가야 회복까지는 아니더라도 파괴는 지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차원에서 하는 노력으로 포장지 최소화 및 친환경 포장지로 변경을, 개인적으로는 육식을 끊고, 전기차를 쓰며,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가짜뉴스의 일상화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인류사회에 갈등이 없었던 적은 없지만, 오늘날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 사라진 것 같다"라며 "사색이나 독서, 운동을 통해 덜 분노하면서 바르게 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거짓 정보와 가짜뉴스라는 편협한 지식으로 상대를 재단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해지는 세상"이라며 "내가 믿는 정보가 진실하고 참된 것인지 알기 위한 최소한의 지성을 쌓으려고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홍 회장은 최근 나오고 있는 정계 복귀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8년간 정계 복귀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고, 이 책을 펼친 지금 이 순간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그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솔직한 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내일 저녁에 무슨 밥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죽는 순간까지 정치를 안 하겠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게 가식이고 위선이라고 본다"며 "가장 중요한 건 제 소명의 일부라고 여긴 정계에 들어갔을 때의 울림이 사라졌고, 감동을 더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유익한 곳에 제 삶을 바르게 쓰기로 하면서 나왔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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