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②현대 도로의 대명사, 아스팔트의 앞날은

김무연 2021. 1. 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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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강의 '오늘의 원픽' : '인더스토리Ⅲ' 3강 길(道)
19세기 자동차 등장으로 아스팔트, 도로 포장재로 활용
현재 아스팔트 재료는 석유 정제하고 남은 잔유물
지구 온난화, 유해 물질 방출 이슈로 도로 소재 진화할 것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김무연 기자] 아스팔트는 현대 도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이다.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도로는 대부분 아스팔트로 포장됐다.

인류가 길을 사용한지는 수천 년이 넘었지만 아스팔트가 도로의 지배자가 된 것은 불과 2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아스팔트는 어떻게 길의 필수 요소가 되었을까. 그리고 아스팔트의 지배적 위치는 이후에도 유지될 것인가.

아스팔트 도로(사진=연합뉴스)
아스팔트는 검은색의 점성을 가진 액체나 반고체 상태로 남아있는 석유 화합물이다.

유전이 있는 지대에는 석기 시대부터 아스팔트를 사용한 유물이 발굴된다. 성경에도 아스팔트가 등장한다. 노아는 방주의 방수 도료로 아스팔트를 사용했고 바벨탑의 벽돌 사이에도 아스팔트를 발랐다는 구절이 있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아스팔트는 열에 녹고 접착성이 강한데다 방수가 뛰어난 특징이 있어 건축자재로서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아스팔트는 사진 기술의 발현에도 기여했다. 1826년 프랑스의 조제프 니세포르 니에프스는 아스팔트가 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성질이 변하는 원리를 이용해 인류 최초의 사진 ‘르 그라의 집 창문에서 본 조망’을 탄생시켰다.

아스팔트의 운명이 바뀐 것은 자동차의 발명 때문이다. 1801년 영국의 발명가 리처드 트레비식은 증기기관을 마차에 장착해 세계 최초로 증기관차를 발명했다. 트레비식의 자동차가 인기를 끌면서 영국과 유럽의 수송 문화가 바뀌기 시작했다. 귀족을 위시한 부유층이 증기자동차를 보유하기 시작했고 증기기관을 이용한 버스 등 대중교통도 등장했다.

문제는 도로였다. 당시 도로는 돌, 벽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표면이 고르지 못했다. 증기자동차는 마차보다 속도가 빨랐을 뿐만 아니라 증기기관을 탑재했기 때문에 무게도 상당했다. 증기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도로를 다니다 보니 운전자가 떨어지거나 자동차가 전복하는 등 안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자동차가 달릴 수 있을 만큼 평평하고 충격 흡수가 잘되는 아스팔트가 새로운 도로 포장재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1830년대부터 영국 런던의 도심부 도로는 아스팔트로 포장됐다. 프랑스 파리의 콩코드 광장 역시 1835년 아스팔트 포장을 했다. 미국은 1876년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인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아스팔트로 바꿨다.

1920년대에 포드사의 ‘모델 T’가 등장하면서 사치품이었던 자동차는 중산층이라면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대중적인 탈 것이 됐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난 자동차 수요에 비해 도로를 깔 천연 아스팔트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바로 석유 산업이었다. 때마침 석유를 원료로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석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유물이 바로 아스팔트이다. 결국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까는데 필요한 양의 아스팔트를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하게 됐던 것이다. 석유로부터 얻어진 아스팔트는 현재 지구상의 포장도로 대부분에 사용되고 있다.

임규태 박사는 “현재 도로포장에 사용되는 아스팔트는 원유를 가공해 천연가스, 휘발유, 경유, 등유 등 가치 높은 성분을 상품화하고 남은 찌꺼기이다”라면서 “그동안 석유회사들은 석유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찌꺼기를 도로포장재로 판매하며 막대한 이득을 올려 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얻어진 아스팔트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다. 환경 문제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아스팔트의 시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아스팔트 소재 자체의 열 흡수율이 높아서 도심의 기온을 높이는 ‘열섬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전 세계 도로가 아스팔트로 포장될수록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는 셈이다. 여기에 석유 화합물의 특성상 자동차 바퀴와 마찰로 다양한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임 박사는 “도로의 미래는 ‘친환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미 도로를 증착하는데 필요한 열과 압력을 기존보다 줄인 도로도 등장하고 있다”라며 “사회가 어떻게 변하든 앞으로도 길은 계속 발전하고 확장될 것”이라면서 강의를 끝마쳤다.

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인더스토리Ⅲ’ 3강 ‘길’(道) 편을 강의하고 있다. ‘인더스토리’는 이 세상 모든 산업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코너로 시즌3에서는 교통·물류산업을 집중 조명한다.(사진=김태형 기자)

김무연 (nosmo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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