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지상에 남길 유일한 발자취

김진철 2021. 1. 2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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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 는 이 책을 끝맺는 '징역에서 보는 우리들의 삶에 보내는 마지막 헌사'의 한 구절이다.

1977년 6월 출소한 채광석은 이후 강정숙과 결혼하고 1981년 형성사에서 이 글들이 묶여 책으로 나왔다.

진보적 문학이론가로 활약한 채광석은 198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간 절판됐다가 이번에 다시 출간된 이 책은 그 숭고한 발자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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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
채광석 지음/사무사책방·1만9800원

<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는 이 책을 끝맺는 ‘징역에서 보는 우리들의 삶에 보내는 마지막 헌사’의 한 구절이다. “삶은 언제나 구비쳐 휘도는 물길/ 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 삶은 구비치며 그대의 심장에 나의 심장을 잇대어/ 출렁거리는 물결로 이어왔느니/ (…) / 살아서 즐거움과 괴로움 함께 마시며/ 사랑하는 작은 몸부림 속에 함께 피로 흐르라”

채광석(1948~1987)은 1975년 5월 서울대 김상진 열사 추모시위사건으로 옥에 갇힌다. 그해 봄 대학 신입생이던 강정숙을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조금씩 내보이기 시작했”던 터였다. 그는 수감기간 동안 “봉합엽서의 작은 공간에 자기의 현존을 쏟아넣”어 줄기차게 ‘사랑의 편지’를 띄웠다. 청춘의 설렘과 의지, 기쁨과 좌절, 고뇌와 성찰이 ‘물결처럼 출렁’거리는 연서였다. 1977년 6월 출소한 채광석은 이후 강정숙과 결혼하고 1981년 형성사에서 이 글들이 묶여 책으로 나왔다. “70년대를 치르는 분노와 절망과 사랑에 대한 지울 수 없는 기록”(백낙청)이 1980년대 청년들의 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셨으리라.

진보적 문학이론가로 활약한 채광석은 198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시인은 예견했던 것일까. ‘…마지막 헌사’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피가 되어 흐르다가/ 어느 한 순간 삶을 거두고”라고. 그러나 시는 “행여 윤회의 긴 회로에서/ 남자와 여자로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사랑은 우리가 지상에 남길/ 유일한 발자취”라고 맺는다. 그간 절판됐다가 이번에 다시 출간된 이 책은 그 숭고한 발자취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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