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비평가 김명인의 고민과 궤적

최재봉 입력 2021. 1. 29. 05:07 수정 2021. 1. 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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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사진) 인하대 교수가 <자명한 것들과의 결별> 이후 거의 17년 만에 새 비평집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 를 내놓았다.

"동시대의 한국문학에 대한 환멸 때문"에 비평과 담을 쌓다시피 해온 그가 다시 문학과 비평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고민과 궤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어지는 글 '당위의 문학에서 존재의 문학으로'에서 그는 "지금은 다시 새로운 문학을 예감하는 시간이다"라고 쓰는데, 그런 예감과 기대로 펼쳐 갈 김명인의 비평 작업에 독자 역시 기대를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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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모독을 넘어서
김명인 지음/소명출판·2만2000원

김명인(사진) 인하대 교수가 <자명한 것들과의 결별> 이후 거의 17년 만에 새 비평집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를 내놓았다. “동시대의 한국문학에 대한 환멸 때문”에 비평과 담을 쌓다시피 해온 그가 다시 문학과 비평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고민과 궤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세는 나이로 서른이던 1987년 ‘지식인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민족문학의 구상’이라는 야심찬 테제를 발표하며 민중문학의 시대를 선도했던 김명인은 1990년대 초에 절필을 선언하며 오랜 침잠에 들어갔다. 그 배경에는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과 그에 영향 받은 국내 변혁운동의 혼란과 퇴조가 있었다. 그러던 그는 2000년대 초에 비평을 재개했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는 않았다. 당시 자신의 비평적 태도를 두고 이번에 낸 책 서문에서 그는 신랄한 자기 비판을 가한다. “2000년대 초반 나의 비평은 여전히 80년대적 감상과 90년대의 바뀐 현실에 대한 억하심정으로 가득한 ‘계몽주의적 꼰대질’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자기를 비판하며 문학에 거리를 두었던 그가 문학으로 되돌아온 계기는 2009년 용산참사와 2014년 세월호 참사였다. “2009년 용산 철거민 참사의 경험이 그 변화의 단초를 열었고, 2014년 세월호 참사라는 진저리 쳐지는 사건은 한국소설이 (…) 나르시시즘에서 빠져나와 바깥을 보고 타자를 생각하고 더 큰 어떤 맥락에 눈을 돌리도록 한 하나의 변곡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에는 조세희와 김원일, 김하경, 박영근 등 원로 및 중진 문인들에 관한 글과 한강, 김금희, 김애란 등 당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평론 그리고 87년 체제에서부터 ‘조국 사태’에 이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분석이 섞여 있는데, 그 모든 글들을 관류하는 것은 지은이 자신의 사상적·문학적 고투라 할 수 있다. 길게는 15년여의 시차를 두고 쓰인 글들이 한데 묶여 있는 탓에 관점과 정조에서 적잖은 편차가 보이기는 하지만, 가장 최근에 쓴 글 ‘여자들이 온다’는 당대 한국문학에 관한 그의 바뀐 시각을 잘 보여준다. 김애란, 김금희, 황정은, 박민정, 최은영 등을 다룬 이 평문에서 그는 “목하 한국문학의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젠더 소설들은 한국문학이 오랫동안 일구어내는 데 실패했던 ‘해방의 문학’으로서의 가능성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이어지는 글 ‘당위의 문학에서 존재의 문학으로’에서 그는 “지금은 다시 새로운 문학을 예감하는 시간이다”라고 쓰는데, 그런 예감과 기대로 펼쳐 갈 김명인의 비평 작업에 독자 역시 기대를 지니게 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명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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