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쪼그라들게 하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차성준 2021. 1. 2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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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성 그림

얼마 전,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의 의무를 강조하는 두 법률안이 동시에 발의되었다. 하나는 교원이 학생을 교육할 때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선동하는 행위와 정치적·파당적·개인적 편견을 전파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됨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다른 하나는 위와 유사한 교원의 의무 규정을 신설해 이를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교원은 당연퇴직시키겠다고 한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헌법 제7조 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1960년 공무원이 관권선거에 동원되었던 3·15 부정선거 이후, 공무에 대한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다.

헌법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성은 의무라기보다는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에 가깝다. 예를 들어 납세의 의무는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른 의무들도 마찬가지다. 반면 헌법 제7조 2항에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라고 명시해놓았고, 헌법 제31조 4항에서도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며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 중립성을 의무로만 해석하는 일은 이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며, 자칫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다.

교육활동에 대한 처벌 규정이 신설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정치는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의미에서부터 갈등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 행위라는 의미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즉, 모든 사회적 활동은 직간접으로 정치와 관련이 있는데 정치를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지 불명확하므로 교사의 수업과 발언에 처벌 규정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진다. 예를 들어 교육활동 중 반사회적 의견을 제시한 학생에게 교사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을 제시했을 경우에도 정치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했다는 법적 시시비비에 시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수업은 물론 발언에도 방어적 태도를 보이거나 교육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도 간접적으로 침해될 우려가 있다.

시민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이러한 논란은 ‘시민교육을 할 때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까지도 연결된다. 학생들에게 왜곡된 편견을 주입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교사 대부분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는 현실의 정치·사회 문제를 다룰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이를테면, 내가 했던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연장에 대한 찬반 의견 제시 수업 활동을 되돌아보았다.

학생들에게 양측 의견이 담긴 자료를 함께 제시한 후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것이 실제로 시행되었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을 밝히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한편 상대측 입장도 헤아리며 다양하게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수업 설문조사 때 ‘열심히 참여했던 수업’으로 이 수업을 선정했던 한 학생은 “우리 생활에 맞닿아 있어서 뉴스도 찾아보고 어른에게도 물어보며 준비했다”라고 말했고, 다른 학생은 “가족들과 토론도 해보고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어서 열심히 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교육은 사회적 현안에 대해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의견을 밝히며 대안을 찾아가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러한 활동은 보장받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의 의무만을 강조해 교육활동에 처벌 규정까지 들여오는 것은 오히려 정치권이 지나치게 개입해 교육활동을 제한하는 건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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