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2>
이러다 겨울보다 더 혹독한 코로나19(COVID-19)의 봄을 맞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위기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방역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어서다. 안 그래도 위태로운 방역을 뒤흔드는 정치적 언동이 난무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야권 후보들이 주장하는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철폐’가 대표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1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슨 야행성 동물인가. 밤 9시까지는 괜찮고 그 이후는 더 위험한가”라며 영업제한은 국가적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도 비슷한 발언을 이어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PC방을 찾아 “밤 9시 영업제한을 업종에 맞춰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헬스장을 방문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은 “오히려 특정 시간대에 사람이 몰릴 우려가 있다”며 영업시간을 더 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생계절벽에 내몰린 상황이다. 정치인들이 민생현장을 찾아 고충을 듣고 위로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방역수칙을 뜯어고치라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밤 9시 이후 영업제한과 5명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컸다는데 이견을 제시하는 방역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애초 방역당국이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를 설정하면서 2단계부터 다중이용시설의 심야영업을 단계적으로 제한키로 한 것은 이동량과 접촉빈도를 최소화해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서다. 심야영업을 허용하면 술자리가 길어지고 이 경우 방역수칙 준수와 역학조사 등 사후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증상 감염자 등 코로나19 특성상 사업장별 방역조치만으로는 감염이 확산하는 것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더 강력한 봉쇄조치를 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전까지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선 거리두기가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근거가 부족하다”거나 “국가적 폭력”을 운운하는 것은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야권은 지난해 11월 중순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로 늘어나자 정부에 거리두기를 2단계로 조속히 격상할 것을 요구했다. 3차 대유행의 기세가 다소 꺾였지만 지금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500명대를 오르내리는 위험한 상황이다. 가족·지인모임, 요양·종교시설, 다중이용시설 등 전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한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 환자 비율은 22.3%로 방역당국의 관리목표치(5%)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신규 확진자 10명 중 2명 이상은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른다는 얘기다. 수도권의 숨은 감염자를 찾기 위해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하고 익명검사를 실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하루 수십 명의 확진자가 발견된다. 게다가 전파력과 치명률이 높은 변이바이러스의 위협까지 현실로 다가왔다.
경각심이 느슨해지면 언제 어디서 또다시 대유행의 기폭제가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최근 IM선교회 소속 비인가 교육시설에서 발생한 대규모 집단감염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23일 이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한 교육시설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6일 만에 관련 누적 확진자가 300명대로 불어났다. IM선교회가 운영하는 시설이 전국 40곳에 달하는 데다 지역사회의 n차 감염도 확인돼 추가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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