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도박인 줄 알았는데.."치킨값 벌었어요"

강민수 기자 2021. 1. 29.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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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를 만나다③]주린이 만화 연재 작가 '감자'씨

[편집자주] 2020년은 '동학개미'의 해였다. 코스피가 1400대까지 추락하자 매수에 나선 개미 투자자들이 사실상 지수를 끌어올렸고, 이같은 상승 에너지 속에서 코스피는 멀게만 보였던 3000을 돌파했다. 개미는 더 이상 외국인과 기관의 힘에 눌리는 약자가 아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개미. 나의 가족, 친구, 동료, 나 자신 모두 개미이거나 미래의 개미다. 다양한 얼굴의 개미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주식이라뇨? 거 뭐 한강물 온도 체크나 하는 거 아닙니까?" ('감자' 작가의 인스타툰 내용 中)

주식은 이제 '국민 재테크'가 됐다. 모이면 주식 얘기다. 돈과 화제 등 모두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겨갔다.

주식 초보를 뜻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 '주생아(주식+신생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돈을 넣을 데라곤 예·적금 통장, 은행에서 추천하는 펀드밖에 모르던 이들이 쌈짓돈을 주식에 넣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식거래활동 계좌 수는 3548만개에 달한다. 2019년(2936만개)와 비교해 1년새 612만개가 늘었다. 2018~2019년 증가건수(224만개)보다 3배가량 많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주식을 처음 접한 신규 투자자로 추정된다.

동학개미운동은 '주식은 무조건 위험하다', '주식은 도박이다'라는 편견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다. 큰돈은 아니지만 몇만원, 몇십만원씩이라도 넣으면서 주식에 재미를 붙이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팔로워 수가 약 18만9000명에 달하는 인스타툰(인스타그램+카툰) 작가 감자씨는 대표적인 '주린이'다. 30대 중반까지 그의 인생에 주식이란 없었다. 방송에서도 '주식 잘못하다 망하는 모습'을 자주 봤고 주변인들의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주식에 '코딱지'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주식 만화 연재 제의를 받았다. 주식에 갓 입문한 초보 투자자를 위한 만화 '알감자의쌩쇼!'다. 바로 난생처음 주식투자를 접한 초보 개미가 직접 겪은 경험을 그리는 것.

인스타툰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처음 주식을 접한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일들이다. 주식 계좌 개설하는 법을 몰라서 포탈에 검색해보고 커뮤니티에 나오는 '알짜 정보'만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다.

이전에는 관심 없던 정치 경제 뉴스도 챙겨보게 되고 남편과 유망 종목과 업종에 대해 토론하게 된다.

예전에 봤을 때 줄거리를 이해하기 어렵던 투자 관련 영화도 다시 보니 새롭다. 그렇게 '커피값 벌기'라는 소소한 목표를 내세웠던 그는 치킨값까지 벌게 된다.

지난 8일자로 만화 연재는 끝났지만 감자씨의 투자 생활은 현재 진행형이다. 많은 주린이들의 공감을 산 감자씨가 바라본 '동학개미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주식은 언제부터 입문하게 됐는지, 현재 투자 금액 규모는.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에서 주식만화 제안이 왔을 때 시작하게 됐다. 주식을 하나도 모른다고 하니까 오히려 그 모습을 바란다고 하더라.

증권사에서 온 제안을 덥석 수락한 것은 아니다. 그전부터 남편이 주식을 하고 있었다.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저는 못 미더워했다. 남편은 매일 수익률을 보여주고 아니라고 안심시켰지만 사실 주식을 하나도 모르니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연재 제안을 받고 '처음부터 주식을 공부해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하게 됐다. 돈 버는 데 큰 관심이 있다기보다 조금 넣어봐서 어떻게 돌아가는 세계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투자 금액은 현재 100만원 수준이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느 정도 감을 익혔을 때 남편한테 주식 계좌를 보여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근데 이전에는 그렇게 잘 보여주시던 분이 갑자기 우물쭈물하더라.

그런데 직접 보니 주식 계좌에 예치금을 생각보다 많이, 두둑이 넣어서 굴리고 있더라.

까막눈에서 어느 정도 볼 줄 알게 된 거다. 자산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전부터 '주식이 취미생활'이라고는 말해왔지만 예상과 달리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에 '등짝 스매싱'을 날린 기억이 있다.

-개인투자자로서 2020년은 어떤 한 해였는지.

▶개인투자자로서 배우는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엄청난 등락을 겪었고 미국 대선까지 있었다. 부동산시장 과열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적금으로 할 수 있는 재테크는 사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주식을 하는 사람도 정말 많이 늘었다고 느낀다. 그러다 보니 저 같은 초보를 위한 콘텐츠도 많아서 유익했다. 좀 더 넓게 세상을 보게 되고 어른이 된 해였다.

-개인투자자로서의 애로사항을 꼽자면 무엇인지.

▶교육도 부족하지만 주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크다고 생각한다. 재테크의 한 종류일 뿐인데 미디어 등에 투기나 도박처럼 비치는 게 문제다.

드라마를 보면 주식 하다가 망한 사람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지 않나.

'주식 잘못하면 한강 간다'는 말까지 있다. 하지만 실제 주식을 해보니 한강까지 갈 정도면 애초에 투자금이 일정 수준 이상인 부자여야 하더라.

저도 처음에 미디어 영향을 받아 주식하는 남편을 보며 잔소리만 했다. 올바른 정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증시 뉴스 등을 보면서 증시 전문가와 개인투자자 사이 괴리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전문가들은 보면 투자금을 너무 높이 잡는 경향이 있더라. 100만원 이하 등 소액 투자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기를 죽이는 경향이 없지 않다. 저같이 정말 소액으로 주식하는 사람들은 커피값 벌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투자하는 거다.

그런데 소액 투자한다고 하면 바보 취급당하는 느낌이 있다. 똑같이 수익이 나도 '5000만원 벌었으면 수익이 훨씬 많이 났을텐데'라고 질타를 받는다. 너무 '젠체' 하는 느낌이다.

처음 시작할 때도 전문가들이 말하는 액수를 보면서 '이렇게 많이는 못 넣는데?'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마치 목돈이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그런 인식 때문에 처음에 진입할 때 장벽이 있던 것 같다. 고액이 아니면 못할 것 같은 느낌. 소액 투자자도 투자자인데 말이다.

-2021년 개미투자자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한 번쯤 망해보기'다. 무슨 의미냐면 사실 투자 금액이 얼마 되지 않아 잃어도 크게 타격이 없다.

사실 엄청나게 큰 수익을 기대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망해서 생기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망해도 된다'라는 마음으로 좀 더 과감하게 주식투자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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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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