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어 큰손 끌기, 하이난 면세점 세계1위 됐다

변희원 기자 2021. 1. 2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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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당국, 코로나 틈타 1인 구매 한도 올리자 매출 폭발

국내 면세점 업계가 코로나보다 더 무서워하는 게 있다. 바로 중국 ‘하이난(海南) 면세점’이다.

28일 면세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면세점 기업 CDFG(China Duty Free Group)는 작년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홀로 승승장구하며 상반기 매출 28억5500만달러(약 3조1862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매출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2019년 CDFG 순위는 세계 4위였다.<그래픽 참조>

세계 면세점 순위와 매출

중국 면세점 업체의 성장은 하이난성 면세점 덕분이다. 내국인 면세 규제가 대폭 풀린 하이난성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48억9000달러)이 전년에 비해 134.3%가 늘었다. 하이난 면세점 7곳 중 4곳이 CDFG 소유다. 지난해 국가 간 여행이 크게 감소한 걸 감안하면 하이난 면세점을 찾은 건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하이난, 말 잘 듣는 ‘제2의 홍콩’으로

지난 해 중국 정부는 기존의 내국인 대상 면세 규제를 완화해 하이난 면세점에 파격적인 혜택을 줬다. 지난해 4월 중국 정부는 자국민이 하이난을 다녀온 뒤 6개월간 온라인 면세점을 통해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는 아예 없는 제도다. 작년 7월부터는 하이난 면세점의 내국인 연간 면세 한도가 3만위안(약 515만 원)에서 10만위안으로 3배 넘게 올랐다. 2011년 하이난의 내국인 면세한도는 5000위안. 10년도 안돼 20배가 뛰었다. 하이난 면세점에서 판매 가능한 상품 품목도 38개에서 45개로 늘었고, 단일 품목 가격 제한(8000위안) 규제도 아예 없앴다.

규제가 완화되자 코로나로 억눌린 중국인의 소비 심리와 여행 욕구가 하이난에서 폭발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면세 한도가 늘어난 7월1일부터 8월 18일까지 하이난 면세점 4곳의 매출은 50억위안을 넘었다.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규모다. 이후 매달 매출이 꾸준히 늘어 12월은 7~11월의 월 매출 평균보다 2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안에 면세점 3개가 추가로 개장하면 하이난섬 면세점은 총 10개로 확대된다.

1988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하이난은 제주도의 19배에 달하는 섬으로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휴양지다. 중국 정부는 하이난을 ‘제2의 홍콩’으로 만들겠다며 적극 후원하고 있다.

◇한국 면세점들 “코로나 끝나도 하이난이 문제”

반면 2019년 세계 2와 3위를 나란히 차지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작년 상반기에 각각 3위와 5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약 16조원으로 전년보다 35%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로 외국 관광객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 이 상황이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면세점 업계는 “하이난 면세의 맛을 본 중국인들이 코로나가 끝나도 한국 면세점으로 오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한국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달했다.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사들여 중국에 되팔던 구매대행, 일명 ‘따이거우’(代購) 덕분에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국내 면세점 관계자는 “아직까진 한국 면세점에 명품 브랜드와 물량이 더 많고 가격경쟁력이 있어서 따이거우가 찾는다”면서 “문제는 하이난 면세점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명품 브랜드나 화장품 업체도 그쪽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난 면세점에 몰려가는 업체 중엔 한국 기업도 많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요샌 하이난 면세점에서도 초고가나 고급 브랜드를 입점시키려고 한다. 한국 신생·중저가 브랜드는 최저가 납품을 조건으로 내세울 정도로 입점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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