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사는 '홍대여신'.. 일 안 풀려도 날 사랑할래요

양지호 기자 2021. 1. 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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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펴낸 가수·배우이자 책방 주인 요조
출간 사흘 만에 1쇄 3000부 완판 "실패는 실패일 뿐, 인생의 끝 아냐"
28일 서울 홍대 앞에서 만난 요조는 “코로나 이후 ‘힘내’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뮤지션 요조(40)는 직업이 많다. 가수, 저자, 배우, 감독 그리고 제주도에 있는 서점 ‘책방 무사(無事)’ 주인까지. 그가 산문집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마음산책)을 냈다. 28일 서울 홍대에서 만난 그는 “부드럽게, 허벅지가 터지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것이 실패를 사랑하는 일 중 하나”라고 했다. 2030 여성 독자들 지지를 받으며 책은 출간 사흘째인 이날 1쇄 3000부가 다 팔려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과거엔 ‘떡볶이’와 ‘서점’을 소재로 책 냈던 그가 이번엔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 집중했다. 제주도 책방과 서울을 오가고, 먹고, 달리고, 화가 박서보·소설가 권여선·작가 임경선 등을 만나고, 전시에 가고, 산에 오르는 일상을 담았다. “글만 쓰면 개그 본능이 살아난다”는 그의 말처럼 재치있는 일화를 곳곳에 배치해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만 담긴 고민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홍대여신'으로 불리던 요조 /김연정 객원기자

이를테면 예술가로서의 자아 같은 것. 요조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다시 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20대엔 자기 귀를 자를 정도로 “나약해서 매력적”이라 생각했던 고흐가 이젠 “확신에 찬 예술가로 보인다”고 했다. “고흐는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고흐와는 다른 자신을 되돌아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데뷔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노래를 또 할 수 있을까, 책을 또 쓸 수 있을까 걱정하고, 뭘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너무너무 허약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그치만 그걸 사랑해야죠, 별 수 없이.”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이란 제목은 시인 박연준의 시구 “패배를 사랑하는 건 우리의 직업병이었다”에서 따왔다. “시를 읽다 온몸에 전율이 일었어요. 겁도 나고 자신도 없는데 그게 반복되면 결국 아무것도 못 하게 되죠.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홍대여신'으로 불리던 요조/김연정 객원기자

단 한 번의 실패와 영원한 실패를 혼동해선 안 된다. “글이 안 써질 때, 작곡이 전혀 안 될 때, 연애에 실패할 때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 실패는 과정일 뿐이에요. 저 역시 늘 부족해서 연습해야 하는 마음가짐이죠.”

함께 밥 먹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혼밥’할 때만 채식주의를 고수하는 자칭 ‘고독한 채식주의자’다. “페미니스트이자 채식주의자고 그게 옳은 신념이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우월감과 고결함에 취해 타인에게 이를 강요하려 해선 안 되니까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이 하게 된 말은 “힘내”다. “과거엔 그런 말이 예의상 하는 말 같았는데 이젠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됐으니까요. ‘힘내’라고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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