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뫼의 꼬마가 聖人이 되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김대건 신부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21. 1. 29. 03:04 수정 2021. 1. 2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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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성인 탄생 200주년 맞아 김성태 신부 '나는 씨앗..' 펴내
‘소나무 언덕’이란 뜻의 솔뫼성지엔 김대건 신부 동상 주변으로 잘생긴 소나무가 즐비하다. 김대건 신부 일대기를 그린 ‘나는 씨앗입니다’를 펴낸 김성태 신부는 “김대건·최양업 신부님과 함께 마카오로 떠났다 병사한 최방제 등 초기 천주교회사를 제대로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김한수 기자

“저는 대건중·고교와 신학교를 나와 지금은 김대건 성인의 탄생지인 솔뫼성지에서 살고 있어요. 인연이라면 대단한 인연이지만, 정작 자료를 찾다 보니 성인에 대해 저 스스로도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고요.”

충남 당진 솔뫼성지 내포교회사연구소장 김성태(48) 신부가 김대건(1821~1846) 성인의 일생을 다룬 책 ‘나는 씨앗입니다’(책밥상)를 펴냈다. 올해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성인의 탄생 200주년. 이를 기념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작년 11월 29일부터 올해 11월 27일까지 ‘희년(禧年)’을 선포했다. 희년은 교회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100년 혹은 50년 단위로 기념하는 행사. 용서와 해방의 정신에 따라 고해성사와 영성체, 기도와 신심 행위 등을 전제로 신자들에게 죄에 따른 잠벌(暫罰·이 세상이나 연옥에서 잠시 받는 벌)을 면제하는 전대사(全大赦)를 수여한다.

김 신부가 책을 낸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문’ 김대건 신부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다. 솔뫼에서 태어난 꼬마가 사제 후보로 선발돼 중국 대륙을 종단해 마카오, 필리핀에서 공부해 부제(副祭)를 거쳐 사제(司祭)가 된 후 단 1년 1개월 동안 사제로서 사목하다 순교하는 전(全) 과정을 좇는다. 교구장을 모셔오기 위해 쪽배를 타고 망망대해 지나 상하이로 건너갔다가 돌아오는 길엔 제주도로 표류하는 현장도 다녀왔다. 흥미로운 점은 김 신부가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현장을 새롭게 답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 성인의 유적은 과거 휴가를 이용해 다녀왔다. 책 집필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도 찍지 않았다. 다만 초기 천주교 교회사에 대한 관심은 꾸준했다. 사제가 된 후 당진성당 보좌 신부, 신리성지·합덕성당 주임신부 등 한국 천주교의 못자리인 내포(內浦) 지역에서 활동한 것이 계기였다. 공주대 대학원에서 역사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도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은 ‘알고 있는 김대건’이 아니라 ‘김대건 알아가기’ 과정의 기록이다.

“2019년 1월 내포교회사연구소장을 맡고 자료를 연구하다 보니 성인의 삶과 신앙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답사 여행 당시의 메모를 꺼내보며 재구성했지요.”

솔뫼성지의 김대건 성인 생가터.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해 앉았던 자리엔 동상이 설치돼있다. /김한수 기자

책을 쓰는 과정은 김 신부에겐 사제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김대건 신부가 신학 공부를 하던 마카오에선 김 신부 자신의 신학생 시절을 돌아본다. 신학생이 되면 처음 배우는 ‘진세(塵世·어수선한 세상)를 버렸어라~’는 노래 가사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되새긴다. 자료를 뒤질수록 김대건 성인의 인간적 면모를 느끼게 됐다. 쾌활했던 성격, 나약한 면모까지. 그는 “덕분에 김대건 신부님과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가 깊어지면서 프랑스 파리의 외방전교회 본부도 방문했다. 당시 프랑스 선교사들은 어떤 마음으로 미지와 박해의 나라 조선으로 향했을까를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덕분에 책은 김대건 신부의 일생을 중심으로 한 초기 천주교 전래사와 박해사까지 아우르게 됐다.

김 신부는 “책을 준비하는 과정이 제겐 은총과 축복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책 제목 ‘나는 씨앗입니다’는 출판사 측에서 제안한 것. 그런데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아직 열매를 맺지 않은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완성의 가능성이라는 뜻이지요. 역시 한 알의 씨앗이었던 김대건 신부님이 현재 한국 천주교라는 열매를 맺었듯이 말이죠.” /당진=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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