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만에 외워 연주한 모차르트.. 영광입니다"

김성현 기자 입력 2021. 1. 29. 03:03 수정 2021. 1. 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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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미발표곡 세계 초연.. 피아니스트 조성진 인터뷰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에서 셋째)이 27일(현지 시각) 모차르트의 265번째 생일을 맞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작곡가의 미발표곡 ‘알레그로 D장조’를 세계 초연했다. 모차르트의 악보를 들고 있는 모차르테움 재단 연구 책임자 울리히 라이징어(왼쪽부터), ‘모차르트 주간’ 예술감독인 테너 롤란도 비야손, 요하네스 혼지크 에를렌부르크 모차르테움 재단 회장.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지난 14일 피아니스트 조성진(27)의 독일 베를린 집에 낯선 악보가 도착했다. 모차르트(1756~1791)가 17세 때 작곡한 피아노 곡 ‘알레그로 D장조’.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뒤 공개 석상에서 연주된 적 없었던 ‘미발표곡’이었다. 모차르트 전문 연구 기관인 모차르테움 재단에서 작곡가의 265번째 생일인 27일을 맞아서 “세계 최초로 이 곡을 온라인을 통해서 공개할 계획이니 연주를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조성진은 27일 중계 직후 본지 인터뷰에서 “살면서 모차르트 곡을 초연할 수 있는 연주자가 몇 안 될 것 같은데, 그걸 제가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룩셈부르크 연주회를 위해서 8시간 기차를 타고 가면서 기자와의 실시간 채팅 방식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모차르트 미발표곡 초연한 조성진

이날 공개된 ‘알레그로 D장조’는 1분 34초가량의 피아노 독주곡. 모차르트가 1773년 이탈리아 여행 도중에 작곡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성진은 “곡 자체가 길지 않고 도돌이표도 많이 없는 편”이라며 “재미있고 귀여운 곡이라서 앞으로 앙코르로 연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곡의 악보가 한 번 접혀 있다는 사실도 특이한 점. 모차르테움 재단의 책임 연구자 울리히 라이징어는 “모차르트가 이탈리아 여행 도중에 작곡해서 악보를 접은 뒤 봉투에 넣어서 잘츠부르크의 누나 난네를에게 보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작곡가 사후에는 오스트리아 예술품 수집가인 알렉산더 포조니(1838~1899)가 소장하고 있다가, 모차르테움에서 2018년 뒤늦게 이 악보를 구입했다.

모차르트 미발표곡 초연한 조성진

연주회는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 대공연장에서 20일 무관중으로 사전 녹화한 뒤 작곡가의 생일인 27일 공개됐다. 모차르트 생일 전후에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음악제인 ‘모차르트 주간(Mozartwoche)’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했다. 조성진은 “사전 리허설에서 연주를 마친 뒤 울리히 선생님께 찾아가서 조언을 부탁드렸더니 ‘조금 더 생기 있게(lively) 연주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당초 이 곡의 초연은 모차르트 전문 연구자이자 건반 연주자인 미국의 로버트 레빈(74)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자, 모차르테움 재단에서는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조성진에게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 조성진은 2018년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과 소나타 3, 12번으로 음반을 발표할 만큼 작곡가에게 애착을 지니고 있다.

모차르트의 초상화. /오스트리아 빈 악우협회

하지만 사전 녹화(20일)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엿새. 조성진은 6일 만에 이 곡뿐 아니라 피아노 소나타 12번과 ‘핌피넬라(Pimpinella)’ 등 모차르트의 다른 작품도 외워서 연주해야 했다. 모차르트가 열 살 때 작곡한 ‘핌피넬라’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어린 신동 모차르트가 눈을 가리고 연주했던 선율로 친숙하다. 조성진은 “새로 발견된 모차르트의 곡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그 곡을 제가 처음 연주하는 것도 영광스러웠고, 어려운 시기인데 한 해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어서 운도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이 연주회는 유튜브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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