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학년 맡을지 몰라 원격수업 준비못해"

최예나 기자 2021. 1.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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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된 '코로나 등교'] <下> 여전히 변하지 않는 학교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A 교사는 요즘 신학기 수업 생각만 하면 초조해진다. 베테랑 교사이지만 원격수업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한 탓이다.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법은 배웠다. 하지만 올해 몇 학년을 맡을지가 결정되지 않았다. A 교사는 “미리 3개 학년 준비를 다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심지어 그는 올해 전보 대상이다. 어느 학교로 갈지, 어떤 교과서로 가르칠지도 미정이다. A 씨는 “개학하면 또 매주 헤맬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올해 개학을 정상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28일 학교 현장의 얘기다.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초등학교 1, 2학년과 고교 3학년은 매일 등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올해도 등교와 원격 수업을 번갈아 하는 ‘퐁당퐁당’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 현장 분위기는 ‘한 학기만 버티기’

“올해 원격수업요? 솔직히 저는 지난해랑 똑같을 거라고 봐요.”

원격수업 연구와 모임에서 현직 교사들을 많이 만났다는 B 대학교수의 말이다. B 교수는 “교사 대부분이 ‘시간 지나서 2학기 되면 매일 등교하겠죠’라고 말한다”며 “원격수업을 더 발전시키려는 마음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교사들도 실시간이나 쌍방향 원격수업 등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를 잘 안다. 서울 구로구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C 교사는 “지난해는 갑작스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쌍방향 수업이 안 되더라도 이해했지만, 올해는 학부모님들도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길 기대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준비 상황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접촉한 학교 교사 대부분이 “1학기 원격수업 콘텐츠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늦어지는 인사 발령 때문이다. 경기 수원시의 초등학교 D 교사는 동영상 준비 정도를 묻자 “저도 미리 만들고 싶지만 몇 학년을 맡게 될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교사 전보는 2월 초, 신규교사 발령은 중순이다. 이에 3, 4째 주가 돼야 학년을 배정하고 수업 준비를 시작한다. 겨울방학이 신학기 준비에 가장 좋지만 인사발령이 이뤄지지 않아 이 시기를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개학 준비를 하려면 “혼자서 튀지 말라”며 막는 경우도 있다. “젊은 교사들이 기술적으로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하면 연차 높은 교사들이 ‘튀지 마라, 우리 그거 못 쫓아간다’고 막아요.” 서울 마포구의 중학교 E 교사의 말이다. 서울지역의 또 다른 교사는 “이 조직(교사 조직)은 방학이면 학생들처럼 쉬려고 하지 스스로 나서서 뭘 하는 조직이 아니다. 지침이 없는데 누가 미리 영상을 만들겠느냐”고 했다.

이제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을 담당하는 ‘정보부’ 업무가 가장 기피하는 일이 됐다.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 F 교장은 “원래 학교폭력 때문에 생활지도부장 맡기는 게 골치가 아팠는데 이젠 정보부장을 찾기가 어렵다”고 푸념했다.

○ “교육부 1년 동안 뭐 했나”

충남 서산시 한 고교의 G 교사는 취재 과정에서 “그동안 교육부가 뭘 했나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학기 때 코로나19 확산이 이뤄지고 1년이 지나고도 학교 현장은 그동안 불거진 문제에 별다른 보완을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28일 나온 대책 발표의 핵심인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 2학년의 매일 등교도 학교 자율결정 사항이다. 서울 송파구 초등학교 H 교사는 “등교를 확대할 때 가장 큰 걱정이 방역인데 문제가 생기면 학교가 책임지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학기 준비 지원 시기가 늦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당국은 교사들이 원격수업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지원 플랫폼을 3월 시범 운영하고, 8월 전면 개통한다. 지금 당장이 문제인데 2학기 들어서야 정상적으로 쓸 수 있다.

또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쓸 ‘한국형 줌(ZOOM)’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에 시범 개통하고 2월 말 공식 개통할 예정이다. 그나마 이를 사용해 본 경기도 초등학교 I 교사는 “개발이 늦은 데다 성능도 크게 떨어져 줌을 대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이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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