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3조 현금 배당.. 3년간 더 늘린다

박건형 기자 2021. 1.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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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배당에만 40조
작년 영업이익 훌쩍 뛰어넘어

지난해 36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가 주주들에게 13조원이 넘는 돈을 현금 배당하기로 했다. 2018년부터 3년간 배당에 쓰인 돈만 40조원으로 작년 전체 영업이익을 훌쩍 뛰어넘는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현금 배당을 더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익을 투자자들과 나누는 ‘주주 환원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투자 지연으로 현금이 쌓인 데다 현금 배당을 확대하라는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압력 때문에 곳간을 비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3년간 배당 더 늘린다

삼성전자는 28일 “2018~2020년 발생한 주주 환원 잔여 재원과 4분기 정규 배당을 포함해 총 13조1243억원을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한다”고 밝혔다. 당초 증권가에서 주당 1000원 안팎으로 예측했던 특별 배당금이 주당 1578원으로 결정되며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자는 “이익에서 시설투자비 등을 뺀 잉여 현금의 50%를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정책 기조를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면서 “올해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정규 현금 배당을 연간 9조8000억원으로 상향하고, 여력이 있으면 추가 특별 배당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9조6000억원이었던 배당 기준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예상되는 만큼 3년간 총 배당 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배당이 늘어난 것은 호실적으로 이익을 많이 남긴 덕분이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도 크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은 이날 실적 설명회에서 “2018~2020년에 M&A(인수합병)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보유 현금이 증가했고, 지속적인 현금 증가는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7년 9조원에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뒤 별다른 M&A가 없었고, 반도체 시설 투자에도 대만 TSMC 등 경쟁 업체보다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9년 15조800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잉여 현금은 지난해 말 25조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그룹의 구심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 구속 등으로 대규모 투자 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의 지지를 얻어야 경영권 방어가 가능한 상황에서 현금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주식의 55.26%를 갖고 있는 외국인들은 이번 배당에서만 7조원, 앞으로 3년간 매년 최소 5조원씩을 현금으로 가져간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배당 안 해

삼성전자의 현금 배당 확대 정책이 전 세계 테크 기업들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도 현금 배당을 하지 않는다. 지난 4분기에만 삼성전자의 한 해 수익을 뛰어넘는 335억달러(약 3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애플도 주당 0.205달러(약 228원)만 나눠주기로 했다. 현금 배당보다는 신사업에 투자해 주가를 높이는 것이 진정한 주주 환원 정책이라는 경영 철학 때문이다. 조대곤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기술 중심 기업들은 잘나갈 때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고 기업 가치를 높인다”면서 “삼성전자가 배당을 확대하는 것이 결국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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