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경성한복학교’를 허하라
필자는 최근 한복 업계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수요를 조사해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복에 대해 잘 모른 채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전통 한복을 만들던 사람들도 공부에 대한 열의가 높아지고 있다. 그들은 한복을 현대적으로 응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한복의 특징이 무엇인지, 어디까지를 한복으로 정의해야 하는지, 한복과 일본 옷, 중국 옷의 차이는 무엇인지 너무 궁금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고민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전국에서 한복을 전공으로 배울 수 있는 대학은 단 두 곳. 문화재청 산하인 한국전통문화대학의 전통미술공예학과와 원광디지털대학교의 한국복식과학학과다. 최근 배화여자대학교에 한복문화콘텐츠과가 신설된다는 소식이 있는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복진흥센터 같은 공공기관에서 특강을 열면 수강생이 순식간에 구름같이 모인다.
지금 한복 연구와 전문 교육은 위기 상황이다. 국가의 막대한 예산과 지원을 받아 열띤 연구가 이뤄지는 것은 꿈같은 일이고 대학 내 패션 관련 학과의 한복 연구도 지지부진하다. 한 모임에서는 대표가 짬을 내 한복 전공 석사 과정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그걸 다시 모임에 가서 가르쳐주며 서로의 교육열을 채웠다는 후문도 있다.
K컬처 전반이 인기를 얻고 있을 때 한복을 주제로 폭넓은 연구가 수행되고 축적된 지식이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한복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어야 중국의 문화 공정에 대응할 수도, 현대화도 이뤄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복을 사랑해 평생을 바치고 있는 연구자들과 한복 사랑 마니아들에게 멍석을 깔아줘야 할 때다. 고궁 가까운 곳에서 한복을 마음껏 연구하고 배우고 실험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경성한복학교’를 짓는 것. 과연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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