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첫 회견서 북한 아예 언급안해.. 우선순위 밀리는 북핵
청문회때도 4시간동안 北질문 1번뿐
유엔주재 美대사 "中-러 역할 중요".. 6자회담 방식 북핵 접근 공식화
성과 빨리 내려는 文정부와 온도차
이날 블링컨 장관의 첫 기자회견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점점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를 재확인시켜 준 단적인 장면이었다. 핵잠수함에서부터 다탄두 핵미사일까지 첨단 무기들의 개발 계획을 펼쳐 보이며 미국을 압박했던 북한에 대해 블링컨 장관도, 미국 언론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인 풀(pool)기자단만 참석이 허용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을 당시 한국뿐 아니라 외신기자들도 집중적으로 북한 관련 질문을 던졌던 때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처지는 기류는 앞서 블링컨 장관의 상원 인사청문회에서도 감지됐다. 4시간 반 동안 진행된 청문회에서 북한 관련 언급이 제대로 나온 것은 단 한 번. 평소에도 북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공개 발언을 지속해온 에드 마키 의원이 ‘핵동결 및 이후의 단계적 비핵화’ 수용과 제재 지속 여부에 대해 질문했을 때였다. 블링컨 장관은 “대북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향이나 새로운 전략은 내놓지 않았다. 청문회의 나머지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은 물론 베네수엘라와 아프리카 우간다의 부패와 인권 문제까지 아우르는 다른 질문들로 채워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선다 하더라도 진행 속도가 트럼프 행정부에서보다 크게 느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미 양자 차원에서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을 추진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6자회담 방식의 다자적 접근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 지명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 일본을 비롯한 동맹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도 다시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는 그들이 혼자서 가려고 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과정에서 동맹들은 옆으로 밀려났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다시 관여해야 한다”며 “특히 북한에 대한 제재 체제를 존중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와의 재관여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시드니 사일러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관이 최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화상 세미나에서 ‘과거 6자회담 같은 다자적 접근’을 언급한 데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이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 6자회담은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다자 간 조율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합의점을 찾기도 훨씬 힘들다. 이 때문에 과거 6자회담은 결국 실패했다는 평가 속에 2008년 회담을 끝으로 13년째 열리지 않고 있다.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협상 시간표는 임기 후반부 남북관계 개선과 대북정책 성과에 조바심을 내는 한국 정부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까다로운 대외 협상보다는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인종주의 등 국내 현안 해결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다만 이런 우려에 대해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위협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행정부가 대북전략을 재검토해서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을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의 북한 관련 협의를 완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이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고위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이 취임 직후 일본, 한국의 외교장관과 우선적으로 통화한 것은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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