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렛일로 모은 2억… 후배들에겐 아깝지 않소”
제주/오재용 기자 2021. 1.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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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이 미래를 이끄는 인재로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7일 제주시 구좌중앙초등학교 강당. 홍승대(81)·채만금(80)씨 부부가 단상 앞으로 나와 장학금 2억원을 기탁한 소감을 말했다. 평생 농사일과 마을 허드렛일로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이들은 이날 모교에 기부했다.
부부는 이 학교 1년 선후배 사이다. 남편 홍승대씨는 “1968년 결혼했지만, 작은 밭 한 뙈기가 없어 중년까지 사는 일이 녹록지 않았다”며 “이웃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가난했다”고 했다.
부부가 삶의 밑천을 마련한 건 마흔이 넘어갈 무렵, 지인의 농산물 유통일을 도우면서부터다. 규모가 크지 않아 부부에게 돌아오는 몫은 적었지만 이들은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몇 년 전부턴 쓰레기를 줍는 공공 근로를 하며 돈을 모았다. 홍씨는 “선친의 뜻을 이어받겠다고 15년 전 아내와 한 약속이 없었다면 어렵게 모은 큰돈을 선뜻 내놓지 못했을 것”이라 했다. 홍씨 조부인 고(故) 홍순중씨는 구좌중앙초 설립에 기여했고, 아버지인 고 홍완표씨도 학교 건축 기금을 기부하는 등 힘을 보탰다.
부부는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온 일을 실천하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1000원짜리 한 장이라도 더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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