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가부 20년,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해
[경향신문]
정부서울청사 복도에서 흥미로운 전시를 보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떠올린 한국 여성의 공간에 대한 사진전이다. 자개 장식의 화장대, 가계부가 놓인 식탁, 책이 놓인 책상 등 여성의 공간을 채우는 것들이 조금씩 달라짐을 느꼈다.
2001년 1월29일 출범한 여성가족부 역시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조금씩 새로운 것을 채워왔다.
2005년 호주제 폐지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제도는 성평등 정책의 한 축으로 정착되었다. 2019년에는 8개 부처에 양성평등정책 전담부서가 설치되어 성주류화와 성희롱·성폭력 근절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2000년대 초 군산과 부산의 성매매업소 화재로 감금되어 있던 여성들이 희생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 문제를 크게 환기시켰다. 반성매매 인권운동과 함께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었다. 가정폭력·성폭력 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 피해자 지원체계도 정비되었다. 2018년 이후 미투 운동에 힘입어 여성폭력 근절 정책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우리 사회의 성평등 의식은 한층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법’이 제정되었다.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과 창업, 경력단절 예방을 지원하면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늘고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여성 임원 목표제를 적극 추진해 2019년 처음으로 중앙부처 본부 과장급 및 공공기관 임원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민간기업들과는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자율협약’을 맺어 유리천장 해소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큰 성별 임금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여성들은 육아 부담과 함께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극복과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성인지 관점은 중요한 지표가 되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성범죄 등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정책이 앞서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미래의 주역이 될 청소년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가족을 포용할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년간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이정표 삼아 걸어왔다. 때론 가시밭길을 헤쳐주고, 바른길을 알려주며, 든든히 곁을 지켜주던 이정표. 앞으로 더 힘든 길을 만날 때마다 지나온 20년을 뒤돌아보며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국민 덕분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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