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헌법 어긴 판사, 탄핵 않는 건 국회 임무 방기"

김원철 입력 2021. 1. 28. 21:56 수정 2021. 1. 2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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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8일 소속 의원들의 '사법농단 판사 탄핵 발의'를 허용한 것은 민주당 내부의 강경한 기류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이탄희 의원이 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 등 국회의원 107명의 의견을 모아 '사법농단'에 관여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당 지도부는 미온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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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사법농단' 임성근 판사 탄핵 추진
임성근 부장판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8일 소속 의원들의 ‘사법농단 판사 탄핵 발의’를 허용한 것은 민주당 내부의 강경한 기류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이탄희 의원이 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 등 국회의원 107명의 의견을 모아 ‘사법농단’에 관여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당 지도부는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지도부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헌법을 어긴 판사는 헌법으로 단죄해야 한다’며 설득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분기점은 27일 열린 의원총회였다. 이날은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어 법관 탄핵 토론엔 많은 시간이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의원 10명이 나서 찬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에 지도부는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총을 한차례 더 열기로 했다.

두번째 의총이 마련된 28일 아침 지도부는 이탄희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법관 탄핵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지도부는 ‘이동근 부장판사는 상대적으로 잘못이 경미해 탄핵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겠다’는 당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달했고, 이탄희 의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2015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관련해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재판을 앞두고 임성근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선고 전 판결 내용을 보고해달라”고 말하고 판결문 작성에 개입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임 부장판사의 재판 기록을 보면, ‘헌법을 위배했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협의를 거친 뒤 이탄희 의원은 이날 오후 4시 열린 의총에서 임 판사만 탄핵하자고 수정 제안했다. 의총 분위기는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이 다수였다고 한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8 대 2 정도로 탄핵 찬성 여론이 많았다”고 전했다. 홍영표·정청래·송영길 등 당내 중진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탄핵을 주장했다. 또다른 의원은 “탄핵에 반대한다고 말한 의원도 ‘사유는 인정되지만 상황상 무리’라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반대라고 해도 적극적이진 않았던 셈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법원은 징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헌법을 위반한 판사를 징계하지 않았다”며 “헌법 위반 탄핵권은 국회가 갖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가 탄핵을 하지 않는 것은 임무 방기라고 많은 의원들이 의견을 냈다. 당은 그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당론은 아니다’라며 ‘자유투표’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신중한 자세였던 지도부가 발의를 허용한 것 자체가 ‘사실상 당론 채택’의 의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의원은 “22일 탄핵안 발의 제안문만 해도 107명이 이름을 올렸는데, 당 지도부가 동의했으니 그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다. 탄핵안 발의 명단 자체가 의결정족수를 넘길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4석이며, 정의당(6석)·열린민주당(3석)·기본소득당(1석)은 이미 탄핵 찬성 뜻을 밝힌 상태다.

국회법은 탄핵소추가 발의되면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도록 되어 있다. 이탄희 의원이 29일 탄핵안을 발의할 경우 새달 2일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되고 3일이나 4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발의에는 100명, 가결에는 151명이 필요하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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