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회견문에 적혀 있던 '더 감성적 제스처 필요..'

"당 지도부, 가덕 신공항 지지 안 하면 불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에 배포한 전문에 동작 주문 내용까지 삽입돼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월28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며 울먹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부산시장 선거에 일찍부터 나섰던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월28일 '눈물'의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퇴설'이 돈 이후였다. 그는 당 지도부를 향해 '가덕도 신공항건설특별법' 지원을 호소했다.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기자회견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 중앙당과 지도부는 부산시민에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을 적극 지지하고 지원한다고 대국민 발표를 정식으로 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그는 "중앙당과 지도부가 가덕신공항 건설을 당 차원에서 반대해 신공항 건설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제가 시장이 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만일 그 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저는 국민의힘의 최종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과감하게 사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이 전 의원 사퇴설은 전날부터 돌았다. 캠프 관계자들조차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 시장 예비후보들이 '비전 스토리텔링 PT'가 진행될 계획이었던 당일 이 전 의원이 사퇴할 것이란 소문이 퍼졌다.

이후 이 전 의원은 갑작스레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가덕도 신공항 통과를 호소했다. 사퇴는 잠시 유보했다. 이 전 의원의 기자회견은 애절했다.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던 그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사실 전격적으로 사퇴를 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면서도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지만 좀 더 용기를 내서 현실과 싸워나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기자회견 직후 이 전 의원 캠프로부터 기자들에게 배포된 기자회견문 전문엔 특별한(?) 부분이 포착됐다. 이 전 의원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씀이라며 "언주야 우리 부산도 싱가포르같이 풍요롭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고 언급하는 부분 뒤에 '(더 감동적이고 감성적으로 표현할 멘트와 제스처가 필요)'라는 내용이 그대로 들어있던 것이었다. 실제 이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을 말하며 목이 메는 듯한 모습이었다. 일각에선 계획한 소동이 아니었냐는 얘기도 나온다.

기자회견 이후로는 '불법 자금 선거' 논란이 번지기도 했다. 여당이 이 전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중심으로 불법 자금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앞서 이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광역단체장 선거를 치르려면 여론조성을 해야 하는데 그것만 제대로 하려 해도 한 달에 족히 수억 원씩 들어간다. 그 자금은 후보자 개인이 다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법 자금을 받아서 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했고 이에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누가 불법 자금을 동원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 전 의원은 불법 돈 선거의 실체를 알고 있다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전 의원은 민주당의 지적에 대해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공정한 선거를 하자는 취지에서, 또한 정치를 개혁하자는 취지에서 한 얘기를 곡해해서 반박하는 민주당을 보면서 기가 찬다"며 "자신들 때문에 국민 혈세가 800억 넘게 낭비되는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정치개혁 하자는 말에 딴지나 거는 민주당이 참으로 한심하다. 그럴 여유가 있으면 838억이나 토해내라 그 돈 내고 나서 돈 얘기 하시길 바란다"고 진화에 나섰다.

한편 이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정상적으로 부산 시장 후보 PT에 참석해 부산을 싱가포르를 뛰어넘는 태평양 도시 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