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선수 빅리그로 이끌어.."스스로에 대한 편견 깨고, 벽을 너무 의식 말라" ['유리천장' 뚫은 킴 응, 한국 야구에도 있다 (8)]
[경향신문]
ML 윈터미팅 꾸준히 참여, 발 넓혀
유일한 한·미 에이전트 자격 보유자
여성으로 선수와 ‘공감능력’에 장점
“열정이 가는 대로 가면 좋은 결과”
KBO리그 에이전트 제도는 2018년 2월1일 도입됐다. 햇수로 따져도 아직 3년이 안 된 걸음마 단계다.
스포츠 에이전시 리코스포츠의 이예랑 대표(42)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프로야구 에이전트 중 한 명이다. 2014년 리코스포츠를 설립했고 7년 만에 야구를 포함한 축구, 골프, e스포츠 등의 선수 100여명에 직원 10명 정도를 거느린 회사의 대표가 됐다. 유일하게 미국 메이저리그와 한국 KBO리그 에이전트 자격을 함께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예랑 대표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공부했다. 귀국한 뒤 방송인으로도 활동했던 그는 2013년 미국에서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했고 LG 김현수를 담당하며 스포츠 에이전시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집에 원래 야구를 좋아하는 가족이 없다. 개인적으로 우연히 친구들과 한국에서 야구를 함께 봤고, 미국에서부터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 흥미를 가졌다. <머니볼> 등 영화도 재미있게 봤는데 전략적이면서도 분석적이고, 인간미가 있으면서 이야기도 있는 부분이 나와 잘 맞더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스포츠마케팅에 관심을 가졌지만 서서히 선수를 조력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 선수들의 미국 진출을 돕고 거기에서 오는 희열을 즐겼다. 리포터나 DJ로 넉살을 키웠던 덕에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줄기차게 참여하며 발을 넓혔고, 에이전트 자격증도 취득해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여성이어서 어려웠다기보다는 에이전트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하다보니 직업에 대한 편견과 맞서는 상황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한국에는 아직 여성 에이전트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 않고 미국에도 드물긴 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여성 에이전트를 신기하게 봐주는 분위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던 부분도 있었다”며 “차별이 있었다면 힘들었겠지만 그런 걸 느끼지 못할 만큼 일 자체에 많이 몰입했다”고 기억했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조금 더 선수와 공감하는 부분에 장점이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내가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김현수, 양의지, 박병호 같은 선수들이 나를 인정해줬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본다. ‘유리천장’이 있다면 그걸 깬 것은 나의 역량이라기보다 나를 믿고 선택해준 선수들의 덕”이라고 말했다.
‘응답하라 에이전트’라는 제목의 강의를 매년 진행하고 e메일을 통해 에이전트의 꿈을 가진 이들의 사연에 답해주며 일을 알리고 있다. 이 대표는 “여성으로서 힘든 부분을 걱정하기보다는 스스로에 대해 가진 편견을 버리라고 말해준다. 자신 주변에 둘러싸인 벽을 많이 생각하지 말고, 너무 많이 고민하지도 말고, 열정과 가슴이 말하는 대로 가면 누구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방송됐던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가족들을 모두 붙들어놓고 시청했고, 많은 이들에게도 권하고 있다. 에이전트의 업무가 더욱 정확히 알려지고 하나의 전문직으로서 조명을 받을 그날을 위해 경주마 같은 그의 눈은 계속 앞을 바라보는 중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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