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골목상권 살리기'..지자체 외면으로 지지부진
제도 시행 5개월 지났지만..전국 227개 지자체 중 조례 반영 23곳뿐
일부 '상점가 난립' 우려 속 "기존 전통시장 지원도 버겁다" 반대 입장
[경향신문]
정부가 침체된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추진한 ‘골목형 상점가’ 조성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골목형 상점가는 기존 전통시장이나 상점가에 준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역으로, 지난해 지정 기준을 명시한 법이 만들어졌으나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지 않아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2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중소벤처기업부의 ‘2021년도 전통시장·상점가 지원 기본계획(안)’을 보면, 지금까지 전국 227개 기초자치단체 중 골목형 상점가 지정·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개정한 곳은 23곳(1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례를 정비할 계획이 있는 지자체도 84곳에 그쳤다. 36곳은 계획이 없다고 했고, 84곳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227개 지자체 중 120곳엔 골목형 상점가가 한 곳도 없을 것이란 얘기가 된다.
기존엔 횟집거리나 족발거리 등 ‘먹자골목’이나 다양한 업종의 점포가 있는 구역은 ‘상점가’로 지정될 수 없어 각종 지원에서 제외됐다. 그러다 지난해 2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되고 8월 본격 시행되면서 소상공인 운영 점포가 2000㎡ 이내에 30개 이상 밀집한 구역을 지자체가 골목형 상점가로 정할 수 있게 됐다.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되면 정부·지자체로부터 홍보·마케팅, 주차장 건립, 온누리상품권 취급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가 지정하는 만큼 법적 근거가 될 조례 마련이 필수적이다.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많은 소상공인이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자체 참여율 10%는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중기부는 지난해 각 지자체에 조례 제·개정을 촉구하는 공문을 수차례 보내고 화상 설명회도 개최했다. 설명회에는 74개 지자체만 참석했다. 정부의 제도 도입 의지가 지자체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개정 법이 1년 전에 국회를 통과한 점을 고려하면 지자체가 골목형 상점가에 별 관심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조례 제·개정 작업에 선뜻 착수할 것으로 기대했던 중기부는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중기부 관계자는 “조례 정비를 하지 않는 사유를 알려달라고 공문을 보내도 회신이 없다”고 전했다. 골목형 상점가 지정에 거부감을 보이는 일부 지자체는 ‘상점가 난립’을 우려하며 제도 시행 초기부터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한 자치구는 “기존 전통시장·상점가 지원도 버겁고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지면 곤란하다”며 조례 정비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는 온라인 설명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례 정비를 재촉하겠다는 입장이다. 법 시행 1년이 되는 오는 8월까지 227개 지자체마다 골목형 상점가가 1개 이상 지정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지자체마다 의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데다 실제 참여율만 놓고 보면 중기부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중기부는 올해 전통시장·상점가 지원에 총 4199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온누리상품권도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확대한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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