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어팟 줄테니 지원 좀"..정시미달 대학의 눈물

김현정 입력 2021. 1. 28. 21: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7개 대학 신입생 '미달'
14곳은 지방 소재 대학
[사진=호남대 홈페이지 캡처]
# 광주 호남대는 올해 신입생 지원자를 대상으로 아이폰과 에어팟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최초합격 후 등록한 학생에게 아이폰SE2(64G)를, 충원합격한 학생에게는 에어팟(유선충전)을 준다. 이는 다른 장학금 수혜와 관계없이 지급하는 것이다. 물품 수급이 어려울 경우 아이폰의 경우 55만원을, 에어팟은 20만원을 현금으로 줄 예정이다. 다만 자퇴나 휴학을 하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아이폰 SE 2세대 64G 모델은 중고 시장에서 30만원 후반대로, 에어팟은 2세대 기준 10만원 초반 선에 거래되고 있다.

호남대는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이 0.8대 1로 신입생 미달이 났다. 올해 328명의 신입생을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254명에 그쳤다. 작년만 하더라도 모집인원 110명에 432명이 지원해 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신입생 충원에 비상이 걸렸다.

# 경주대는 내년도 신입생에게 매 학기 150만원을 지급한다. 이 대학 홈페이지에는 '2021학년도 신입생 매년 300만원!'이라고 적힌 배너가 크게 걸려있다. 이 대학은 올해 정시 경쟁률이 0.3대 1로 신입생 미달이 났다. 경주대 관계자는 26일 매경닷컴과 통화에서 "작년에는 등록금의 50%를 지원했으나 올해는 매 학기 15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도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해당돼 신입생 충원률이 50%가 안됐는데, 올해는 작년 대비 충원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정시에서 모집인원보다 지원자가 적어 신입생 '미달'이 난 대학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미 정시 모집이 끝났지만 2021학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장학금과 경품 혜택을 약속하는 등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경주대 홈페이지 캡처]
한려대학교는 2021학년도 신입생에게 국가장학금 전액을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한려대와 경주대는 올해 교육부 재정지원 제한 Ⅱ유형 대학으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전면 제한된다. 이 대학에 온 학생들이 국가장학금 등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학교 차원에서 해당 금액을 보전하는 것이다. 한려대 관계자는 "매년 학령인구가 줄어서 대학들이 다 힘든 상황"이라며 "작년에도 국가장학금 전액을 보전했었고, 내년에도 지원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은 정시에서 가·나·다군 1곳씩 총 3번 원서를 낼 수 있다. 중복 합격한 학생들이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경쟁률이 3대 1이 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미달로 간주한다. 올해 지방권 소재 대학의 정시 평균 경쟁률은 2.7대 1로 사실상 미달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방권 전체 124개 대학 중 절반 이상(57.3%)이 경쟁률 3대 1에 못 미쳤다. 전국에서 총 17개 대학 경쟁률이 1대 1도 채 안돼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작년 정시에서 7개 대학이 미달이 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올해 충남 논산의 금강대를 비롯해 아세아연합신학대, 경주대, 호남신학대, 대구예술대, 감리교신학대 등 6곳은 경쟁률이 0.5대 1 미만을 기록했다. 서울장신대, 한려대, 광주대, 광신대, 루터대, 호남대, 동양대(경북), 중원대, 영산대(양산), 김천대, 신라대 등이 경쟁률 1대 1에 못 미쳤다. 미달 대학 17곳의 소재는 서울, 경기, 충남, 광주, 부산 등 다양하지만 이 가운데 14곳이 지방 소재 대학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서울 수도권 소재 대학의 학생 집중화 현상이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권 소재 대학은 수시에서 신입생을 뽑지 못해 정시에서 선발하고 있고, 정시에서는 지원 기피 현상까지 발생해 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hjk@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