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선 안 돼..기업들 '골칫거리 폐플라스틱' 해결 손잡았다

정환보 기자 2021. 1. 2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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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협업' 새 트렌드 정착

[경향신문]

장훈 GS칼텍스 올레핀&폴리머부문 상무(오른쪽)와 아모레퍼시픽 오정화 상무가 지난 27일 서울 GS칼텍스 본사에서 공병 재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간단한 방법은 ‘재활용률 높이기’
GS칼텍스와 아모레퍼시픽
공병 재활용 업무협약 체결하고
SK종합화학은 분해 기술 제휴

‘우리 시대의 골칫거리’인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손에 손잡고’ 나서고 있다.

가뜩이나 썩지 않는 플라스틱 문제에 고심하던 지구촌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플라스틱 일회용기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위기감이 코앞까지 닥쳐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위기에 큰 책임이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물론 ‘플라스틱’과 유무형으로 연결된 다양한 제조업에서 폐플라스틱 배출량 저감과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생각만큼 쉽지 않은 방안은 ‘재활용률 높이기’다. 이론적으로 플라스틱을 생산한 만큼 100% 다시 쓸 수 있다면 플라스틱 쓰레기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아 각종 기술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유·화학 기업과 플라스틱 용기 배출이 많은 뷰티(화장품) 업계가 손을 잡았다. GS칼텍스와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7일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양사는 우선 아모레퍼시픽에서 나오는 화장품류의 플라스틱 공병 100t을 GS칼텍스가 친환경 복합수지로 재탄생시켜, 이를 다시 화장품 용기에 사용할 계획이다. 플라스틱은 화장품 공병의 약 63%를 차지하는데, 아모레퍼시픽은 2025년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재활용된 플라스틱 용기의 적용 비율을 5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재활용 친환경 복합수지의 적용 비율은 20% 수준이다. GS칼텍스에서 재탄생시킨 친환경 복합수지는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다양한 물성의 재료를 혼합해 품질을 개선한 제품으로 ‘업사이클링’으로 분류된다.

동종업계의 기술 제휴도 눈에 띈다. SK종합화학은 열분해유 전문 생산업체인 미국의 ‘브라이트마크’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국내 상용화 및 설비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열분해유 제조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열로 분해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로 재활용하는 것으로,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특히 대규모 열분해 기술을 도입하면 다양한 소재가 섞여 있어 재활용이 어려웠던 폐비닐의 재활용률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페트병을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을 알리는 캠페인 ‘라떼는 말이야’(라벨 떼기는 말이야)를 전개한다고 28일 밝혔다. 모델들이 페트병 라벨 떼기를 시연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코카콜라, 라벨 없앤 제품 출시
호텔 업계는 ‘배출 저감’ 약속
화장품협회도 ‘리필 활성화’ 다짐

최종 소비 단계 직전의 제품에 플라스틱 함량을 줄이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코카콜라는 이날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라벨을 아예 없앤 ‘씨그램 라벨 프리’ 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최근 투명 페트병은 라벨을 제거한 뒤 일반 플라스틱과 별도로 분리배출이 가능해졌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이 같은 번거로움을 없애는 동시에 재활용률도 한층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단순히 라벨만 제거한 것이 아니라 페트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총량도 기존에 비해 줄였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씨그램 전체 페트병의 경량화를 통해 연간 445t의 플라스틱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언뜻 ‘플라스틱 쓰레기’와 무관해 보이는 호텔업계도 배출 저감을 약속하고 나섰다.

워커힐호텔은 이날 SK종합화학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 조성에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객실 내 일회용 칫솔 등 플라스틱·비닐 사용 제한과 친환경 침구류 100% 전환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워커힐에서는 버려지는 객실 리넨 침구류나 커피 찌꺼기 등을 업사이클링 업체에 후원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업계 전체가 동참해 ‘탈플라스틱’에 나선 사례도 있다. 대한화장품협회는 27일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했는데, 여기에는 로레알코리아·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LG생활건강 등 국내 주요 제조사들이 대부분 참여했다. 약속도 구체적이다.

2030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100% 없애고 석유기반 플라스틱 사용은 30% 감소시키며, 판매한 용기를 자체 회수하고 리필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협의체를 구성해 매년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20세기를 흔히 플라스틱의 시대라고 하는데, 최근 ‘탈플라스틱’ 트렌드를 보면 한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다는 느낌”이라며 “환경을 살리는 동시에 기업들도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해법을 다양하게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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