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죽이겠다' 협박 주한미군 2심서 무죄..法 "피해자 'Kill' 대상 몰랐다"

유재규 기자 입력 2021. 1. 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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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피고인의 일부 영단어만 듣고 피해자가 오해 했을 것"
1심서 주한미군 실형..수원지법 형사항소부 '무죄' 선고
개 갈등.© News1 DB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자신의 반려견이 타인의 반려견과 다퉜다는 이유로 견주에게 흉기를 꺼낸 뒤 위협적인 발언으로 기소된 주한미군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7부(김형식 부장판사)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주한미군 A씨(33)에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9월29일 오후 3시12분께 경기 평택지역 소재 한 애견카페 대형견 운동장 앞에서 B씨의 반려견이 자신의 반려견과 다툼이 있다는 이유로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꺼내 B씨를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자신을 향해 A씨가 '너의 개가 나의 개를 물면 죽일거다' '조심해라' '진지하게 죽일거다' 등의 발언을 영어로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지난해 7월23일 열린 수원지법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은 검찰 측에서 제시한 증거들로만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 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A씨에게 무죄선고를 내렸다.

우선 A씨가 소지한 흉기는 안전벨트 절단용 칼(Seatbelt Cutter)이며 이를 소지한 채 협박을 가했다는 부분에서 법원은 엄격한 증명을 통해 범죄사실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B씨가 "내 강아지를 죽여버린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112신고 했을 당시, 경찰 진술조서에 B씨가 진술하기로 A씨가 죽이겠다고 한 영단어 'Kill'의 대상이 무엇인지 특정되지 않았다.

원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에도 B씨는 "A씨가 죽이겠다고 한 대상이 사실 나인지, 내 강아지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확신이 없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반면, A씨는 경찰진술 당시 "내 개와 같이 당신 개보다 작은 개도 다른 사람이나 개를 떠나지 말고 잘 관리하라. 당신 개와 같이 큰 개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래서 위급상황을 대비해 안전벨트 절단용 칼을 들고 다닌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법원은 사건당시, B씨에게 이같은 내용으로 전달한 A씨의 주장을 받아 들였고 그 상황에서 A씨가 칼을 꺼내 들어보이면서 설명을 했을 것으로 봤다.

또 당시 현장에 있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확인한 결과, A씨와 B씨 간 약 3분동안 진행되는 대화 속에서 '너의 개를 죽이겠다'는 정도의 언급만 오갔을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계속된 영상 속에서 A씨가 처음부터 칼을 들어보이지 않았고 위협하는 모습도 없었다고 보면서 B씨가 일부 영단어만 알아듣고 이를 오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 사건이 벌어진 현장인 애견카페의 주인 C씨에 대한 번복된 진술과 증언도 법원은 A씨의 무죄를 판단하는데 보탰다.

A씨가 칼을 꺼내들었다는 것을 목격했다는 C씨는 경찰조사에서 경찰이 CCTV장면을 보여주며 확인하려 했지만 C씨는 '어디서 꺼내 들었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원심법정에 이르러서도 C씨는 '칼로 보이는 물체가 손에 있었는데 칼 같다고 생각했다'는 등 번복된 진술과 증언이 믿기 어렵다고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재판부는 "결국 여러가지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의 법리오인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A씨의 주장하는 부분은 이유가 있음이 타당하다고 보이므로 이같이 주문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원심은 사건의 정황과 A씨가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점을 B씨가 알게된 경위 등의 이유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다만,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적용대상인 주한 미합중국 군인으로 일정한 주거가 없다거나 도망 또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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