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김훈 작가와 '정조지' 속 요리들을 만나다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의 저자인 김훈 작가가 '한국인의 밥상' 10주년 특집 4편에 동행했다.
28일 오후 방송된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는 김훈 작가가 출연해 최불암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훈 작가는 최근 18세기의 한 사내가 쓴 책을 관심 있게 읽고 있다고 밝혔다. 그것은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가 쓴 113권의 방대한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 중 일곱권의 '정조지'다.
솥 정(鼎)에 도마 조(俎), 즉 솥과 도마라는 일상적인 조리도구를 이름으로 내세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조지'는 음식 백과사전이다.
이 책을 쓴 서유구는 조선의 경화세족 출신으로 요즘 식으로 말하면 '금수저 중의 금수저'에 해당하는 사대부였다. 그의 조부 서명응은 정조의 스승이었고, 서유구 또한 승정원, 규장각, 사헌부에서 일했고 형조, 예조, 호조, 병조 판서를 두루 거쳤다. 순창 군수와 수원 유수, 전라관찰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직접 농사를 짓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생활인이기도 했다. 서유구는 23세에 생원진사시에 합격하고 27세에 초계문신에 선발된 뒤로 76세까지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그 사이 귀농했던 18년의 세월이 있었다.
그는 그 시기에 조선의 현실을 파악하고 절망했다. 그러면서 '오곡도 구분 못하는 자들이 양반이다', '지금 선비들이 공부하는 것은 흙으로 만든 국이요 종이로 빚은 떡이다'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서유구가 "후대의 사람들이 따라 만들어먹을 수 있도록 이 책을 쓴다"며 백성들의 눈높이에서 저술한 것이 바로 '정조지'다.
한자로 저술됐다는 태생적 한계에 가로막혀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이 책은 17여년 동안의 길고도 집요한 번역 과정을 거쳐 최근 완역됐다. 또 책이 한 권 한 권 차례로 번역될 때마다 그 속의 음식들을 복원해온 요리 복원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정조지' 요리 복원가로 활동하는 곽미경, 곽유경 소장 자매. 역사를 전공한 언니 미경씨가 먼저 시작했고, 그런 언니를 지켜보던 동생 유경씨도 합류하게 됐다. 최불암과 김훈 작가가 요리 복원가들의 연구소에 도착하자, 복원가들은 쇠로 만든 모자를 들고 나타났다.
그것은 조선 시대 무관의 모자였던 전립을 솥처럼 이용하는 전립투. 우묵한 부분에 육수를 끓여 채소를 익혀 먹고 챙에는 고기를 구워먹는다는 이 요리는 조선 시대 민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요리라고 했다.
또 요리복원가들은 전라관찰사 시절 노령산맥 인근에 시범농장을 만들어 고구마를 보급하는데 힘썼던 서유구의 흔적을 따라 한 고구마 농가를 찾았다. 전북 익산에서 6대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양귀용씨 가족과 함께 정조지 속의 군고구마, 겨울을 견딘 움파로 파 구이를 만들고, 콩가루를 이용해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행주두부를 맛봤다.
이 외에도 화성 궁평항에서 직접 공수해온 낙지로 해산물김치를 만들고, 상추 뿌리와 해당화를 섞은 상추뿌리김치, 그리고 무 속의 효소를 이용해 오직 물만으로 무염저(소금없는 무김치)를 완성했다. 특히 여름이 돼야 피는 치자꽃을 구해 치자꽃 젓갈까지 선보였다.
한식 셰프인 신창호씨는 2018년부터 4년 연속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정조지' 완역 소식을 접하고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빠져들었다고 했다. 서유구를 설명하는데 있어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인 고구마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고구마우유죽을 완성하고, 고흥산 굴과 남양주의 협력 농장에서 찾은 정조지 속 움파구이를 재해석해 요리했다.
그동안 쌓아올린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공부하는 신창호 셰프를 위해 곽미경, 곽유경 소장은 정조지 속 놀라운 요리 하나를 또 하나 소개했다. 그것은 다진 고기에 소금 간을 한 뒤 버선으로 밟아 덩어리로 만든 뒤 발효시킨 다음 썰어 먹는 조편포였다. 이를 본 신창호 셰프는 서양의 초리조, 소시송, 살라미를 능가하는 육포라며 놀라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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