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 신규 채굴 중단"..바이든 '기후 정치' 가속화
공화 "일자리 파괴" 비판, 주 법무장관들 "법적 대응"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국내외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 키스톤XL 송유관 허가 취소에 이어 기후변화 대응 관련 구체적인 정책을 총망라한 행정명령을 추가로 발표한 것이다. ‘기후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치가 막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은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방정부가 소유한 공유지에서 석유와 가스의 신규 채굴을 중단시켰고,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2030년까지 연방 소유 토지와 수자원의 30%를 보전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부 조직도 개편해 백악관 내에 ‘국내기후정책실’을 신설했다. 지나 매카시 초대 국가기후보좌관이 관련 정책 조정 및 이행을 맡는다. 21개 연방정부 기관이 참여하는 상설 태스크포스도 설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외교·안보 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요 고려사항으로 검토하도록 했다. 국가정보국장(DNI)은 기후변화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국무부는 대표적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s) 억제를 위한 ‘키갈리 개정의정서’의 상원 비준 절차에 돌입했다.
리더십 회복을 위한 기후변화 외교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구의날’인 4월22일 ‘기후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는 기후 정상회의에서 각국이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체결 당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대통령기후특사는 국제적 캠페인을 책임진다. 케리 특사는 언론 브리핑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30%로 1위인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2060년까지 무엇인가 하겠다는데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 보여주는 실마리조차 없다”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발표한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겨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신속하고도 강력하게 기후변화 정책을 밀어붙이자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은 12년 전 버락 오바마에 비해 훨신 광범위한 연합군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전면전을 개시했다”면서 “이 연합은 노동조합, 프래킹(수압파쇄법) 반대 활동가, 인종평등 운동가에서부터 월스트리트, 자동차 산업, 전미상공회의소 지도자들을 아우른다”고 보도했다. 전에 비해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반대 진영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알래스카 등 화석연료 생산이 주요 산업인 6개 주 법무장관들은 법적 대응을 경고하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다. 공화당 의원들은 행정명령이 ‘일자리 파괴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내 석탄 생산량이 가장 많은 와이오밍주의 신시아 럽미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정부가 미 동부와 서부의 급진적 소수와 엘리트 집단을 만족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주들을 괴롭히려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업계는 이 정책이 산업과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는 내용의 텔레비전 의견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일자리 창출’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그는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오늘 백악관은 기후의날이자 일자리의날”이라면서 상수도·교통·에너지 인프라 개선 및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수백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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