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폭로 '푸틴 아방궁' 비행금지구역 설정
가디언 "보안 정당화 시도"
[경향신문]
러시아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호화 궁전이란 의혹이 제기된 리조트(사진) 부지 위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앞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이 뇌물을 받아 초호화 궁전을 지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지난해 여름 이 리조트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조트는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 휴양도시 겔렌쥑에 있다. FSB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국을 비롯한 인접국의 정보활동이 증가해 이로부터 흑해 연안을 보호하기 위해 이도코파스만 일대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FSB의 해명은 리조트 주위에 설정된 예사롭지 않은 보안 조치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흑해를 항해하는 선박은 FSB 직원으로부터 해당 리조트 부지에서 1마일(약 1.6㎞)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으며, 환경운동가들이 2011년 리조트 건설 현장에 접근하려 하자 연방경호국(FSO)이 이를 저지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나발니 측은 지난 19일 호화 리조트에 관한 탐사보도물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들은 “푸틴 소유의 이 리조트는 측근 기업인들이 자금을 대 건설한 것”이라며 “저택과 부지의 값어치는 11억유로(약 1조4700억원)”라고 밝혔다. 이들은 동영상을 통해 68만㎡에 달하는 대규모 리조트의 항공 사진과 설계 도면 등을 공개했다. 리조트 안에 카지노, 스케이트장, 헬기장 등의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 25일 “나와 관련이 없다”며 의혹을 직접 반박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독극물 공격을 받고 독일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 18일 귀국하자마자 러시아 당국에 의해 구금됐으며 전국에서 석방 시위가 벌어졌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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