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체납 세금 7억여원 추징했다
[경향신문]
선순위 근저당 허위로 설정
35억 세금 안 내고 법인 청산
14년간 방치된 서류 재검토
현장 방문해 건물 임차 확인
근저당말소 소송, 경매로 징수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35억원의 취득세 등을 악의적으로 체납하고 폐업한 법인의 남아 있는 부동산의 권리관계를 끝까지 추적해 22년 만에 7억1500만원의 체납 세금을 추징했다고 28일 밝혔다. 허위로 설정된 선순위 근저당권의 실체를 파악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이 성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1985년 건설·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서울에 법인 설립신고를 하고 영업해온 A회사는 1999년 기준 서울시에 납부해야 할 세액이 3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A회사는 2006년 법인을 청산·종결해버렸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법인이 된 셈이다. 서울시는 A회사 법인이 1996년에 사들인 부산의 한 단층 상가건물을 압류했지만 공매처분은 할 수 없었다. 등기부등본상 선순위 근저당권이 지나치게 많이 설정돼 있어 공매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건물은 A회사가 사들인 이듬해인 1997년 B연맹이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입주한 상태였다.
14년 가까이 사실상 방치돼 있던 이 건은 그러나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류업무가 늘어나면서 재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담당 조사관이 부산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해당 상가건물에는 B연맹이 아닌 대형마트 체인인 C마트가 입점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조사관은 C마트 관계자에게 임대차 계약서 확인을 요구한 뒤 B연맹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C마트에 재임대(전대차)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불법이었다. 2020년 기준 보증금 3억4000만원에 월 임차료 275만원이 B연맹의 계좌로 들어가고 있었다. 38세금징수대는 B연맹은 해당 건물에 부과되는 재산세까지 납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B연맹이 건물주 행세를 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게다가 지금껏 서울시가 상가건물에 대해 공매처분을 하지 못한 원인이었던 선순위 근저당권은 대부분 B연맹이 설정한 것이란 사실도 파악했다. 경매에 부쳐본들 낙찰액의 대부분을 B연맹이 가져가도록 악의적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놓음으로써 서울시가 공매에 부치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서울시는 ‘지방세 징수법’ 제59조 규정에 따라 ‘B연맹’과 ‘C마트’에 사용·수익 제한을 통지했다. 동시에 B연맹에 “20년 넘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지만 B연맹은 끝내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B연맹을 상대로 근저당권말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C마트의 권리 등도 고려해 임차보증금 3억4000만원의 60%인 2억원을 서울시에 지급하도록 강제조정했다. 서울시는 시의 압류일보다 먼저 설정된 다른 근저당권자에게도 말소소송을 예고해 자진말소를 끌어냈다. 경매에 넘겨진 상가건물은 지난 1월 초 낙찰됐고, 서울시는 5억1500만원의 체납 세금을 추가로 징수할 수 있게 됐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서울시는 아무리 오래 묵은 체납이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함으로써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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