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김학의 출금 사건 이첩, 아직 여건 안 돼"

박은하 기자 2021. 1. 2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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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으로 공수처 업무 '속도'

[경향신문]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온라인 브리핑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영민 기자
“중복수사·사건 이첩 규정 마련…여야 추천 받아 검사 임명”
“차장으로 제청된 여운국은 형사 전문”…한때 우병우 변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운영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마지막 걸림돌을 해소한 공수처는 설립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기 전에 수사팀 등 인선과 사건 이첩 관련 규정 등을 합리적으로 마련해 공수처를 둘러싼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처장은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온라인 브리핑에서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 간 중복수사와 사건 이첩 관련 세부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맡아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에 따라 사건 이첩 요구를 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김 처장은 “아직 수사를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처장은 “(향후 임명될) 차장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헌재 결정에서도 관련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결정문을 분석해 향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에서 누리는 우선권은) 타 수사기관의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는 경우 공수처가 가져와 신뢰받는 수사 결과를 내놓겠다는 것으로서 국가 전체의 반부패 수사 역량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이 같은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고 규정에 따라 이첩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구체적 인지 시점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법조계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당초 자신이 예고한 것과 달리 공수처 차장을 여운국 변호사(54·사법연수원 23기·사진)로 단수 제청했다. 그는 “공수처가 가지 않은 길을 가다 보니까 시행착오, 또 오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여러 견해들을 충분히 듣고, 오류가 만약에 있다면 또 방향을 바꿔야 된다면 바꾸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차장 후보로는 판사 출신과 검사 출신 각 1명을 선정했고 두 사람 모두 인사검증을 통과했지만 결국 판사 출신인 여 변호사를 제청했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가 공수처 검사로 임명될 우려가 있다”며 “하지만 여야에서 추천하는 추천위원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 수사관이 내부에서 경험을 쌓고 공수처 검사로 재임용될 수 있는 방안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경력 7년 미만 변호사들이 공수처 수사관에 지원할 동기가 된다는 취지로 그는 말했다. 공수처는 변호사 경력 7년 이상만 검사로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상 임기가 6년인 공수처 검사도 최대한 연임을 보장할 방침을 밝혔다. 수사심의위원회와 같은 외부 기구를 두고 사건 수사 관련 심의를 받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공수처 차장으로 제청된 여 변호사는 2019년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검찰총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동기이다. 서울 용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7년 대전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영장전담판사로 3년, 고등법원 부패전담부 판사로 2년을 지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4·2015년 2년 연속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평가하는 ‘우수법관’으로 선정됐다. 2016년 변호사로 개업해 법무법인 동인에 들어갔다. 2017년 4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두 번째 구속 심문 변호를 맡아 법원에서 기각 결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김 처장은 여 변호사에 대해 “법관 생활 중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형사전문 변호사”라며 “헌법을 전공한 저와 보완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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