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 111명 법관 탄핵 촉구..민주당 "당론은 아니다" 선긋기
의원 40명 더 동참 땐 소추 현실화..'헌정 사상 최초' 가능성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제외..사법부 때리기 우려도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8일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허용했다. 범여권 의원 111명이 탄핵을 촉구한 상황에서 40여명이 더 합류할 경우 헌정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이 탄핵 추진이 당론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은 향후 민생 입법 추진의 부담과 정치적 역풍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법관 탄핵은 사법농단 사태가 본격 드러난 2018년부터 제기된 ‘묵은 이슈’다. ‘세월호 7시간’ 재판 개입 의혹을 받는 임성근 부산고법,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오는 2월 퇴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관 탄핵에 소극적이던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법관 탄핵 추진을 허용한 것은 당 안팎의 거센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 상황에서 ‘문자 폭탄’을 보내가며 법관 탄핵을 요구하는 지지층을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여러 의원들의 의견과 법리적·정무적 판단을 종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임 부장판사와 함께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던 이 판사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임 판사에 비해 혐의가 가볍고, 국회에 탄핵을 요구했던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정문 해석상으로도 이 판사 탄핵 필요성에 이견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당 법률위원회로부터 보고받았다. 법관 탄핵을 주도해 온 이탄희 의원은 이를 전달받고 기존 방침을 수정했다.
당 지도부가 발의를 허용한 만큼 탄핵소추안이 헌정사상 최초로 의결될 가능성이 열렸다. 법관 탄핵 요건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이미 111명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여당 의원 40여명이 추가 합류하면 탄핵소추는 성사된다. 민주당 의석은 현재 174석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 동의를 추가로 받고 이르면 내일(29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동의하는 의원이 많기에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법관 탄핵 추진이 당론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아니다”라며 “의원들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법관 탄핵 추진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으로 피로감이 생긴 사법 이슈가 재부상하면 2월 임시국회 주요 과제인 ‘방역·민생·경제’ 입법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최근 여권에 부정적인 판결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법부 때리기’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법관 탄핵 추진은 이번이 역대 세번째다.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됐고, 2009년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은 국회법상 시한인 72시간 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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