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10년만에 또 경영권 다툼.. 이번엔 '숙질의 난'
삼촌인 박찬구 회장 상대로 공시
"지분 공동보유·특수관계 해소"
朴회장 아들 승진 문제로 틀어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상무가 지난 27일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지분 공동 보유 및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공시했다. 박 상무는 또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추천하는 이사 후보 선임도 제안했다. 사실상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금호그룹은 10년 전 그룹 경영권을 놓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분쟁을 벌였다. 재계에서는 10년 전 ‘형제의 난’에 이어 ‘숙질의 난’까지 터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박철완, 승진 누락에 반발했나
박철완 상무는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은 아들 5명을 뒀는데, 장남은 고 박성용 전 금호그룹 회장이고 차남이 박정구 회장이다. 박 상무는 현재 금호석화에서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박정구 회장이 2002년 별세하면서 지분을 상속받았고 추가 지분도 매입했다. 반면 박찬구 회장의 지분은 6.69%, 박 회장 아들인 박준경 전무의 지분은 7.17%다.
경영권 분쟁의 원인은 지난해 5월 정기 인사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당시 박준경 전무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지만, 박철완 상무는 승진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1978년생 동갑내기 사촌지간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철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했을 수 있다”면서 “최대 주주인 박철완 상무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가 그동안 불안한 동거 관계를 유지해왔고, 경영권 분쟁은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2009년 ‘형제의 난’ 당시 박 상무가 박삼구 회장 편에 섰기 때문이다. 이후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과 박 상무가 채무 상환 문제로 이견을 보이다 틀어졌고, 박 상무는 금호석화에서 일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이 둘째 형에 대한 옛정 때문에 박 상무를 받아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철완 우호 세력은 IS동서?
박철완 상무가 주주제안을 통해 신규 이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다음 달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 사이에 이사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 10명인 금호석화 이사진 중 5명은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일각에선 박 상무가 중견 건설 업체인 IS동서와 손을 잡은 것으로 추정한다. IS동서는 지난 5개월간 권혁운 회장의 아들인 권민석 대표이사 명의와 사모펀드를 통해서 금호석화 지분 3~4%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동생이다. 박 상무와 IS동서 측의 지분을 합하면 13~14%이고,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4.87%다. 금호석화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 위기 속에서 주주제안을 명분으로 사전 협의 없이 경영진 변경과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밝혔다.
주총 표 대결에서 지분 8.16%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2018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금호석화가 지난해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전망될 만큼 박찬구 회장이 경영을 잘하고 있다”며 “약 49%에 달하는 외국인·일반투자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양측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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