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걷다 - 이재형 [김승환의 내 인생의 책 ⑤]
[경향신문]

어느 카페에 들렀다가 우연히 책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바로 동네 책방에 그 책을 주문했습니다. <프랑스를 걷다>입니다. 부제는 ‘르퓌 순례길에서 만난 생의 인문학’입니다. 부제를 제목으로 삼았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이재형이 프랑스 르퓌 순례길을 걸으면서 만났던 사람들, 수도원과 성당과 예배당들, 역사적 유물·유적·사건들, 다양한 수목·동물들, 강과 다리와 들녘과 산들, 특별한 먹을거리와 와인과 맥주와 브랜디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자 자신의 ‘스스로 들여다보기’가 들어 있습니다.
르퓌 순례길은 프랑스 제3의 도시인 리옹에서 남서쪽으로 110㎞쯤 떨어진 종교도시 르퓌에서 출발해 남서쪽으로 걷다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에 있는 작은 마을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끝나는 750㎞의 길입니다. 지은이는 순례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설명하기 위해 네덜란드 화가 얀 페르메이르(Jan Vermeer)의 ‘레이스 뜨는 여자(De Kantwerkster)’를 보여주면서 레이스를 짜는 여인들의 평온과 인내 그리고 집념이야말로 순례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말합니다.
르퓌길을 다섯 번째 걷게 된 지은이는 2018년 9월 르퓌길 순례를 떠나면서 책 한 권을 잘 포장해 배낭에 넣어 가지고 갔다고 합니다. 페터 볼레벤의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삶>입니다. 지은이는 느림의 미학이야말로 천천히 걸으며 많은 것을 보는 순례의 미학과 맞닿는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친절한 역사 길라잡이 역할도 해주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운동에 관한 설명은 짧은 지면을 할애하면서도 마치 점묘화를 그리는 것처럼 세밀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장(章)마다 순례자를 위한 노트를 덧붙였습니다. 반드시 가봐야 할 곳, 좋은 숙소, 추천 음식, 와인과 맥주와 브랜디, 역사적 사실, 다음 목적지까지의 거리 등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나중에 르퓌 순례길을 갈 기회가 있으면 이 책을 꼭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호르무즈해협서 태국·일본 선박 등 4척 피격···이란 “배럴당 200달러 각오하라”
- “이란, 미국이 보낸 ‘휴전 메시지’ 두 차례 거부···전쟁 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
- 공소취소 음모론으로 발칵 뒤집힌 여권…대형 유튜버와 강성 지지층에 산으로 가는 논의
- VAR 역전골에 4분 집단 항의…중국에 패한 북한, 결과보다 태도가 더 논란
- ‘49세’ 빈티지샵 주인은 어떻게 샤넬 톱모델이 됐나?
- 인판티노 FIFA 회장 “트럼프 대통령, 이란의 북중미 월드컵 출전에 환영 입장”
- 제작사 첫 작품서 ‘천만 관객’···퇴짜맞은 시나리오 살리고 장항준·박지훈 점찍은 안목 있
- [단독]‘짠한형’ 등 유튜브 술 콘텐츠 99%가 정부 가이드라인 위반···시정조치는 ‘0건’
- 1·2심 유죄 받아놓고 전략공천 욕심내는 ‘대통령 측근’ 김용…내심 불편한 여당
- 서울 시내 평일 교통량 983만대로 2년째 줄고 있다는데···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