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교회 죽인다"며 의료진에 삿대질하고 폭언한 남성

28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안디옥교회 선별진료소에서 한 남성이 의료진과 관계자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고함치고 있다./사진=뉴스1

광주 안디옥교회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여파가 전남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이 교회 앞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에게 폭언한 남성이 논란을 빚고 있다.

28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안디옥교회 선별진료소에서 턱에 마스크를 걸친 남성 A씨가 의료진을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A씨가 고함을 친 이유는 "마스크를 써달라"는 의료진의 말 때문이었다.

전날 안디옥교회 신도 21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자, 이날 교회 앞에는 선별진료소가 긴급 설치됐다. 방역당국은 이곳에서 안디옥교회 교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약 2시간 동안에는 교인 40여명만 선별진료소를 찾는 것에 그쳤다. 그러던 중 한 백발의 남성 A씨가 선별진료소를 찾아왔다.

A씨는 "문재인이 북한 출신이라는 거 아느냐. 문재인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 내가 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냐"고 소리쳤다. 이 남성은 마스크를 턱에 걸친 상태였다.

그는 "뭐만 하면 다 교회 때문이냐"며 "백화점이랑 식당에서는 확진자가 안 나오냐. 문재인이 교회를 죽이려 들고 있다"고 했다.

28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안디옥교회 주차장에 신도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임시선별진료소가 설치됐으나,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이에 한 의료진이 A씨에게 "마스크를 써주세요"라고 하자, A씨는 "넌 뭐야. 넌 조용히 해. 지금 성질내고 있는데 어디서 마스크를 쓰라 말라냐"며 삿대질했다.

그는 "나 오늘 2시에도 여기 앞 식당에서 밥 먹는다"며 "내가 교회에서 걸렸는지 식당에서 걸렸는지 어떻게 아냐. 똑바로 알아라. 내가 너네보다 더 많이 안다"는 등 황당한 말을 이어갔다.

의료진은 "저희는 방역수칙을 일러드리는 것"이라며 "검사받고 바로 집으로 가셔야지, 식당 가시면 안 된다"고 대응했다. A씨는 10여분간 더 소리를 지르다가 선별진료소를 빠져나갔다.

이후 교인들이 의도적으로 전수검사를 피하는 정황도 목격됐다. 한 어르신이 "나는 어차피 코로나 안 걸렸다"며 발길을 돌리자, 한 교인이 "여기까지 왔는데 검사는 받으셔야 한다. 의무사항이다"라며 그를 쫓아갔지만, 그들은 다시 선별진료소로 돌아오지 않았다.

보건소 관계자는 "지난 24일 대면 예배를 본 교인 553명은 의무 검사 대상자다. 대면 예배에 참석 안 한 교인들은 검사를 강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늘 검체 채취 이후 누락된 교인들에게는 교회와 보건소 차원에서 검사 독려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디옥교회는 최근 153명(TCS국제학교 115명·TCS에이스국제학교 38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 광산구 TCS국제학교에서 감염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확진자 중에는 안디옥교회 부목사도 포함됐다. 부목사 아들 1명은 TCS국제학교 학생이며, 안디옥교회는 안디옥 트리니트CAS라는 기독교 방과후 학교 운영을 준비 중인 점을 미뤄 IM선교회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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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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